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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그리움엔 이유가 없다-이일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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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시속 1백60㎞.분홍색 스쿠프가 하얀 포말을 옆구리에 달고 해안을 가르면 차속에서 튀는 비트 강한 록음악은 파도에 부딪혀날아간다.
아물거리는 출발선으로부터 모자를 쓴 누군가 손짓을 하면 다시세 대의 차는 고개를 돌려 좀전처럼 되풀이한다.
촬영카메라 앞에 맨처음 선 레이서는 뜻밖에 미모의 여성.우주복같은 분홍색 레이서복을 입은 그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다.
『거리에선 뒤차가 삑삑거리는 것을 자주 듣는 느림보 운전수인데요,촬영장에선 제가 언제나 1등이지요.이러다가 스피드광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일도하고 피서도 하고 일석이조죠.』 월요일(25일)에 다시 서해안으로 달려가 차를 몰거라고 햇병아리 영화배우 李壹花(22)는 들떠있다.이땐 영화에 데뷔하는 신인배우의 모양새가 아니다.영화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는 관록있는 배우에 가깝다.
유영진 감독의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는 요즘 영화가에 전염병처럼 번진 신세대 영화 중 하나.컴퓨터와 소프트게임에 메달리고 물질적 풍요 속에서 갈피를 못잡는 X세대의 감각과 세계관,나아가 인생관을 그리고 있다.
이일화에게 맡겨진 역은 홍보부의 컴퓨터정보망을 책임지는 사원.그러나 보통직장인이 아니라 기발한 착상과 분방한 연애를 즐긴다.한마디로 정의가 불가능한 여성.『저녁은 파리에서 먹고 커피는 비엔나에서 마시길 원한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녀에게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인생은 도전하고 성취하는 대상이라는 것.회사 밖에서 탐닉하는 카레이스는 어쩌면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미국 유수의 알곤연구소로부터 스카우트된 소프트웨어박사 박찬우(김수안扮)도 그녀의 끊임없는 변신에 어리둥절할 정도.
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넋을 잃은 그는 컴퓨터에 암호문을보내면서 그녀에게 선수를 친다.이후 영화는 두 사람의 동거생활까지 진행되지만 어느날 그녀는 유럽횡단 자동차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불쑥 떠나버려 그를 난감하게 한다.『실제 성격은 영화 속의 배역과 딴판이예요.너무 점잖다는 제작진의 지적도 있고 해서이제부터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꿀래요.』 MBC일요일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팔복(김영배扮,『서울의 달』에서 천호달)이의 구애를 받고 있는 그녀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이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그의 구애를 받아들이지는 않겠다』고.부산 출신인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모델일을 하다 92년 SBS2기 탤런트로 입사,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글:李揆和기자 사진:吳承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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