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민족사 새장 여는 계기되길

중앙일보

입력 1994.07.08 00:00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반세기 동안 冷戰의 대결 구조속에서「억압되고 정지되어 버렸던」우리의 민족 역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脫冷戰의 세계사적 흐름에서 分斷 50년만의 남북 頂上회담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 전도에 대해 회의하고 경계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좀 더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이념이나 사상을초월해 민족문제를「허심탄회하게」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냉전적 대결 구조를 허물고 통일로 가는 민족 통합의 제일 보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여러 차원에서 남북 대화를 계속해 왔다.적십자 회담을 통한 이산가족 재회,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한「기본합의서」체결,그리고 한반도 非核化 선언등 가시적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것 하나 지속적인 남북 대화의 채널로 정착시키지 못했다.어떻게 보면 지난 4반세기간의 남북대화는「합의」와「결렬」의 악순환 과정이었다.정상회담은 이러한 악순환과정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비策으로 늘 거론되어 왔던 것이다. 지나치게 서둘러 성사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험난한 물살도 개의치 않고 루비콘江을 건넌 두 頂上의 만남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 두가지 사항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 무엇보다 먼저 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한쪽의 利益이 상대방의 損失을 의미하는 냉전적 대결구조의 극복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북한이 보는 남한은 항상 계급 갈등에 신음하는 美제국주의의 식민지였다.반면 남한이 보는 북한은 폐쇄된 독재체제 하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기능이 마비되어 가는「식물국가」였다.식민지를 해방시키고자 하는 북한의 赤化전략이나 식물국가를 枯死시키고자 하는 남한의 對北전략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족통합의 틀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좀 환상 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그것은 다름아닌 남북관계의「脫현실적인 현실화」를 의미할 것이다. 아마도 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북한이 상호 의존적인 지구촌 환경에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참가하는 일이다.金日成주석은 아직도「우리식 사회주의」가 미래의 역사성이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蘇聯의 붕괴에서 보듯 이념으로서나 체제 로서의 사회주의는 이미 종언을 고하고 있다.북한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빨리 적응해야 한다.반면 남한도 보다 과감한 개혁으로 데모나 파업의 악순환을 단절시켜 북한의 왜곡된 남한像을 바로잡는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한반도 문제의 「민족적 해결」과 「국제적 해결」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라는 것이다.남북문제가 민족 내부의 역량에 의해 해결된다면 물론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것이다.그러나 북한核 문제에서 볼 수 있듯 남북 문제는 이제 민족적 해결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정은 많이 다르지만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獨逸내의 해결」과 「유럽내의 해결」을 조화시킨 東西獨의 장기적 전략관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동서독의 방식은 全유럽적체제변화 속에서의 통일추구 방식이었다.체제의 벽 을 넘는 경제교류.인적교류.인권신장은 全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보장을받았던 것이다.
우리도 이제 한반도에서 CSCE 과정에 해당하는 남북교류와 신뢰구축의 본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核「과거」규명 중요 지금 核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이 兩者간의 갈등은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왜냐하면 美國이 북한핵 개발의「과거규명」보다「미래 동결」에 더 중점을 두는 듯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여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남한의 이익에 배치되는 美-北 韓간의 근시안적 결과추구는 결코 허용될 수 없다.한반도에 남아있는 냉전의 잔재를 씻어내고,정지되었던 민족의 역사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두 頂上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筆者약력▲48세▲서울大 정치학과졸▲美버클리大 정치학박사▲서울大 정치학과교수▲저서『경제적 지배와 정치적 권위주의』등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