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실태와 대책은

중앙선데이

입력 2007.09.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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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08면

5월 말 현재 한센병 등록자는 1만5239명이다. 이들 중 35%는 전국 89곳의 정착촌에, 56%는 일반 가정에서 산다. 나머지는 소록도병원이나 민간보호시설에서 산다.

1만5000명, 편견에 일자리는 꿈도 못꿔

한센인들에게 가난은 떼놓을 수 없다. 일정하게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복지부 정은경 질병정책팀장은 “정착촌이나 보호시설에 있는 한센인의 8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말했다. 한센인들 중 일부는 농사일을 한다. 정착촌은 ‘○○농원’ 간판을 내걸고 축산과 양계를 한다. 말이 농원이지 영세하기 그지없다.

“닭 한두 마리 키워서 먹고 살겠어. 간신히 연명하는 정도지. 죽지 못해 사는 정도야. 닭을 키워봤자 한 달에 60만~70만원밖에 못 벌어. 네 식구가 먹고살기 힘들어.” 경기도 양주시 천성농원 황무석(65) 대표의 말이다. 이 농원 56가구 중 16가구가 양계를 하지만 수입이 변변찮다. 나머지 40가구는 정부 생계 보조비에 의존해 살고 있다. 다른 정착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센복지협회 장운선(61) 사무장은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정착촌을 벗어나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청주시 내수읍 원통리 정착촌에 사는 이성규(66)씨는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구하려고 몇 군데 알아봤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한센인에 편견과 차별은 일제 강점기의 나병 환자 격리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방 후 1950년대에는 10여 건의 집단학살 사건이 있었고 60년대까지 강제 정관수술과 낙태수술이 시행됐다. 강제 격리정책은 80년대까지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인권 유린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편견이 조금씩 엷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여전하다. 1만5000여 명의 등록 환자 중에서 전염력이 있는 활동성 환자는 38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완치돼 옮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모든 등록 환자가 병을 옮기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서울 서초구 헌인농원 대표 김진기(68)씨는 “우리는 일을 할 수도, 취직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정부가 해주는 게 뭐가 있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한센인 편견 해소나 일자리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극빈층 생활을 하면서도 정부의 생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한센인도 많다. 기초수급자를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 유무를 따지는데, 이 조항에 걸려 혜택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주시 이성규씨가 대표적인 예. 이씨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아들은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고 생활비를 보낸 적도 없다.

현재 정부가 한센인에게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98억원에 불과하다. 한센인 시설 등에 지원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한센인 특별법이 내년 10월께 시행되면 감금·폭행·단종수술 피해자를 가려내 이들 중 차상위계층(기초수급자 바로 위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기본생활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일시보상금을 지급한 일본과는 다르다.

한센인 인권단체인 한빛복지협회 박하경 홍보과장은 “한센인에 대해 주기적으로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생활지원금(기초 생계비 별도)을 지급하거나 장애수당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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