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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HOLIC] 영화 보기 전, 그대와 잠시 '추억 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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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저녁 명동. 오랜만에 오붓하게 영화 한 편 보기로 한 회사원 S씨와 그의 연인 Y씨. 오후 10시 심야영화를 예매했는데 극장에 도착하니 9시다. 커피숍에 가자니 돈이 만만찮다. ‘별다방’ ‘콩다방’ 커피 한 잔은 영화표의 반값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안 든다. 하릴없이 거닐던 두 사람, 문득 근처의 초등학교 앞에 발을 멈췄다. 조용하고 탁 트인 운동장. 벤치에 앉으니 분위기도 제법이다. S씨의 초등학교 시절 얘기에 그녀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볼 때 시간이 남는다면 뭘 하며 기다릴지 고민하지 마시라. 가까운 학교로 가면 만사 ‘오~케이’다. 서울시내 유명 영화관 근처에는 산책 삼아 갈 만한 거리에 학교들이 많다. 거의 모든 학교가 운동장을 개방한다. 더구나 요즘 학교들은 근사한 벤치도 많고, 조경도 아기자기하다. 잠시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말뚝박기·고무줄놀이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심은하가 즐기던 ‘나 잡아봐라’ 로맨스를 재연할 수도 있다.

 팝 칼럼니스트 겸 연애 카운슬러인 김태훈씨는 “학교는 둘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다 컸다’는 사실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커피 값 아끼니 돈 덜 들고, 추억에 젖어 꿈을 더 키울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손희성 인턴기자

서울지역 극장 옆 초등학교들

■신촌 극장가

이대부속초등학교 : 학교공원화 사업으로 생태연못이 조성돼 있다. 초등학교 책에 나오는 수국·부처꽃·붓꽃 등 다양한 풀꽃을 구경할 수 있다. 징검다리와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고, 원목으로 포장한 작은 길도 있다. 소나무·자산홍 등이 우거진 풍경이 운치 있다. 국철 신촌역 후문 출구로 나오면 학교 동편 담장이 나온다.

창천초등학교 :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어 조용하다. 2008년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의 복합 체육시설이 완공되면 주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5번 출구에서 교보생명 방향으로 걸어서 100m.
-초등학교가 조금 지겨워지면 건너편 연세갤러리도 둘러볼 만하다.

■충무로 극장가

리라초등학교 : 남산 자락에 있는 예쁘디예쁜 사립학교다. 교정에 들어서면 노란색 동심의 세계가 펼쳐진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남산 방향으로 걸어서 15분.

남산초등학교 :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에서 배우 지현우와 이하나가 손잡고 뛰어놀던 곳. 가을이면 화사하게 옷을 바꿔 입는 단풍나무가 예쁘다.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운동장을 보며 차 한 잔만 해도 뭔가 특별한 느낌일 듯.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에서 프린스호텔 사이를 지나면 나온다.
-여름밤에는 오후 10시까지 문 여는 인근의 한옥마을도 가볼 만하다.

■올림픽공원 극장가

성내초등학교 : 학교 담장을 허물고 화단을 꾸몄다. 높은 벽 없어지니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강남역 극장가

서초초등학교 :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하주차장 시설을 갖춘 초등학교다. 강남역 주변의 번잡함이 없다. 봄에는 학교 곳곳에서 터지는 벚꽃이 볼 만하다. 저녁시간에는 주민들에게 운동장을 개방한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뉴욕제과 방향으로 걸어서 5분.

■용산역 극장가

서울한강초등학교 : 학교 곳곳의 미니 정원들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든다. 운동장도 정원만큼이나 작아서 학창시절을 떠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중앙대부속병원 방향으로 걸어서 5분.

■양천구 극장가

서정초등학교 : ‘동심의 공원’이란 테마로 운동장 주위에 자연학습원, 건천형 수로, 산책로, 지압보도, 휴게공간을 만들고 있다. 빽빽이 줄지어 들어선 벤치가 인상적이다. 지하철 5호선 목동역 5번 출구에서 진명여고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강남고속터미널 극장가

잠원초등학교 : 흙으로 된 운동장 대신 사계절 이용 가능한 인조 잔디구장을 갖추고 있다. 운동장에는 천연고무트랙을 설치했다. 반포천 일대 조깅코스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 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 8번 출구에서 반포천 방향으로 걸어서 15분.
-새싹공원·안뜰공원·서릿개공원 등 주변에 작은 공원들이 많다.

연인과 걸을 땐…

■상대가 걷기 싫어한다면?

연인이 여성이라면 “걸으면 살이 빠진다”고 유혹한다. 남자에게는 “역시 하체 힘” 한마디면 묵묵히 따라올 것이다.

■ 분위기 풀어주는 이야깃거리

-그 여자에게 : 초등학교 때 있었던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이 좋다. 예를 들면 좋아했던 과목, 어린 시절 이상형에 관한 얘기들.

-그 남자에게 : 가능한 한 남자의 ‘뻥’이 시작될 수 있는 주제를 꺼낸다. 왜? 신나서 몇 시간이고 떠들 테니까. 예를 들면 “자기 학교 다녔을 때 짱 아니었어?” 이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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