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등·획일화 … 한국교육 미래와 정반대로 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중앙포토]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79·사진)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게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최대 투자자 포럼인 ‘CLSA 포럼’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그를 19일 오전 만났다.

-한국사회를 어떻게 보나.

“과거 30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는 내가 예측한 인류의 미래 변화 그대로다. 농경과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를 거쳐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더 나쁜 것은 국가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평등화·획일화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기 한국의 대통령은 경제나 국가안보보다 오히려 교육개혁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에서 한국의 문제점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파트너 빈곤’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 외교의 활로는 믿을 만한 파트너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외교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모두 등거리 외교다. 이는 파트너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의 성장이 미국이나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동조하지 않는다. 경제든 정치든 중국의 영향력 증대는 국제사회에서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국의 내부에서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중국의 문제점은.

“지방의 부패·빈부격차·비합리성 등 너무나 많다. 언제가 이런 문제들이 곪아 터질 가능성이 큰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군부를 민간정부가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불만이 고조되면 군이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문제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위기에 대비해서도 한·미 동맹은 아직도 한국 외교가 취해야 할 최선의 카드라고 본다.”

-웹 시대 이후에는 어떤 사회가 오리라고 예측하는가.

“웹과 뇌 과학의 융합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두 기술이 융합되면서 인터넷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바이오 인터넷 시대가 멀지 않았다.”

-21세기 경제 전망은.

“프로슈머(prosumer, 제품의 개발과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 의미의 소비자)가 출현해 사회 곳곳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가 요구가 커질수록 생산자는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경계가 없어진다. 때문에 미래 기업은 이 같은 무경계의 시대에 대비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예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은 과거 은행원이 하던 업무를 소비자가 대신하는 것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앨빈 토플러=저널리스트 출신인 미국의 세계적 미래학자. 1970년 펴낸 『미래의 충격』과 1980년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정보화 사회의 출현을 예견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06년에는 『부(富)의 미래』에서 부의 창조와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했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5~10년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