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각싸고 설왕설래/단순 땜질이냐 전면 정비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 대통령 국정분위기 잡을 묘수 숙고/외교안보팀 벌써 후임거론/경제팀 포함 큰폭 점치기도
김영삼대통령이 개각 숙고에 들어갔다. 이영덕 신임총리의 발탁으로 비어있는 통일부총리 자리만 메우는 단순 보각에 머물 것인지,아니면 차제에 구설대상에 오르내린 외교·안보팀을 전면 정비할 것인지,경제쪽까지 손을 댈지 고심중이다.
현재로선 이회창총리의 경질에 대해 「통치 영역」의 분명한 한계설정과 내각의 팀워크정비라고 성격규정을 하고 있어 부분개각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 전 총리에 대한 동정여론이 강한데다 단순한 부분개각으로는 거의 한달간 표류상태인 국정분위기를 쇄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의외로 개각폭이 커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최종 결정과정에서 고려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향후 정국운영 구상 못지않게 여론의 향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
한 고위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외교안보팀의 개편이라면서 안팎의 분위기에 미루어 우선 한승주 외무장관이 될 것 같다고 진단.
한 장관은 북한 핵문제를 다룬 방식에 대해 시비를 초래했고 최근에는 북한 벌목공의 국내 수용문제에 똑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교체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청와대와 민자당내에 퍼져있는 「교수출신 기피론」은 한 장관을 겨냥한 것.
김 대통령은 그동안 한 장관에 대해 『영어를 잘하고 미국을 잘안다』고 신임을 보냈으나 지금은 다르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이 경질될 경우 후임으로 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 수석은 나름대로 신임을 받고 있는데다,교수출신 기피론으로 전문외교관료 출신이 유력시된다는 것.
일각에서는 김덕 안기부장의 통일부총리 전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고 이홍구 전 통일원장관의 재기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이런 전망들은 무엇보다 김 대통령이 통일부총리 0순위인 박관용 비서실장을 이번에는 「전출」시키지 않을게 확실시되기 때문.
김 대통령이 비장의 카드로 아껴온 문민출신 국방장관 임명여부에 대해서는 나중의 더 큰 경우를 대비해 이번에는 사용치 않을 것이라는 중론. 더구나 이병태 국방장관이 26일부터 일본·러시아·독일 3개국 방문길에 나설 예정이어서 유임을 뒷받침.
○…김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폭을 확대할 경우 관심이 가는 각료는 정재석 경제부총리.
그는 김 대통령에 대한 「4·21 항명파동」을 일으킨 이회창 전 총리와 불화를 계속 빚어온 당사자이기도 한데다 최근 우루과이라운드(UR) 비준 등과 관련해 기획원 관계자들에게 주의와 조심을 촉구한게 책임회피로 낙인 찍힌바 있어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각때 발탁된 정 부총리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각부처에 대한 조정·장악력이 김 대통령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정 부총리가 개각대상이 된다면 연쇄파문을 일으켜 대폭 개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몇개월뒤에 닥칠 UR 국회비준 과정에서의 여야 격돌로 인한 민심수습용 「개각수요」가 예정돼 있어 이번에는 가급적 폭을 축소지향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며 따라서 정 부총리 등은 「유예」되지 않겠느냐는 것.
외환은행 주식조작 사건으로 난처한 홍재형 재무장관의 장래는 정 부총리와 「동반티켓」이 될 공산이 크나 문책설도 없지 않다.<김현일·김기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