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짝퉁이라도 商道義가 있어야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호 03면

나훈아와 너훈아, 배철수와 배칠수, 조용필과 조용팔. 실제 연예인과 그들을 흉내 낸 이미테이션 연예인이다. 모창가수ㆍ카피밴드, 닮은꼴이나 짝퉁 연예인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방송 진행자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칠수는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이미테이션 연예인일 것이다. 배철수의 텁텁한 말투를 따라 하면서 이름을 알린 것이 출발이다.

‘인간 짝퉁’ 논란 빚은 가수 박상민 vs 박성민

이미테이션 연예인은 진짜와 가짜가 뒤섞이는 포스트모던 문화 현상의 하나다. 진짜(원전)에 대한 패러디인 동시에, 스타상품의 무한복제도 보여준다. 원전의 절대가치와 권위를 비틀며, 흉내 내기를 창작의 하나로 끌어들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해외에도 많다. 엘비스 프레슬리·메릴린 먼로·제임스 딘 등 세계적 스타들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닮은꼴 선발 대회가 이어진다. 이미테이션의 존재 자체가 원전 스타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비틀스의 카피밴드도 ‘비틀포’ ‘디애플스’ 등 여럿이다. 해외 순회공연도 다닌다.

이번 주에는 가수 박상민(사진)의 짝퉁인 박성민의 불구속 기소가 화제였다. 2003년부터 박상민을 흉내 내온 그가 2005년부터는 아예 박상민을 사칭한 채 유흥업소에서 공연했다는 것이다. 판박이 외모에, 박상민의 음악을 틀어 놓고 립싱크했다. 업소 측도 그를 박상민이라고 소개했다. 박상민 특별출연이라고 현수막을 붙여 놓기도 했다. 검찰은 박성민과 그의 매니저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짝퉁 연예인에 대한 이 같은 사태는 처음이다.

이미테이션 연예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미테이션 연예인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며 항의 성명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통상적인 이미테이션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박상민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당신 진짜냐’고 물어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였다. 약자에 대한 횡포라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그러나 박상민은 “박성민은 나를 사칭해 이익을 취한 사칭 가수지 모창 가수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 자신이 짝퉁 출신인 배칠수 또한 한 시사프로에 나와 “박성민은 통상적인 이미테이션 연예인과 다르다”고 거리를 뒀다. “흉내 내기나 성대모사는 새로운 창작이지만, 원래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내가 목소리를 가지고 CM이나 CF를 해버리면 배철수인지 배칠수인지 모른다. 그런 것들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 그가 밝힌 성대모사의 원칙이다.

배칠수의 경우는 배철수 닮은꼴로 출발했지만 결국 이름을 얻은 것은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이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전직 대통령, 정치인, 유명 인사들에 대한 탁월한 성대모사와 개그맨다운 촌철살인 멘트가 결국 방송인 배칠수를 만든 힘이다. 지금은 누구도 그를 짝퉁이라고 부르지 않고 방송인 대접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상민·성민 사태는 신정아 가짜 학력 사건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가짜 파문과 맥을 잇고 있기도 하다. 그것도 패러디라는 자유로운 문화 영역에서 돌출한 사기행각이다. 교훈은? 짝퉁에도 예의와 상도의가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