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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아줌마들의 통쾌한 반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호 21면

뮤지컬은 국내에선 유독 20, 30대 미혼 여성들의 전유물인 양 자리를 잡았다. 공연장을 찾는 이들 대다수가 여대생이나 직장여성이다 보니 이에 발맞춰 제작사들도 ‘훈남’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대세에 반격을 가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메노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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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란 뜻의 제목처럼 40, 50대 중년 여성들의 얘기를 다룬다. 극장도 아줌마 부대로 꽉 찬다. 시끌벅적하고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계모임을 보는 듯하다. 뮤지컬로는 드물게 TV 홈쇼핑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뮤지컬에서 소외됐던 아줌마들의 반란인 셈이다.

스토리는 생생하다. 우아해 보이려고 온갖 애를 쓰는 한물간 연속극 배우, 성공했지만 건망증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전문직 여성, 순진한 현모양처인 전업주부,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웰빙 주부 등 4명의 여성 이야기다. 4명밖에 안 나오지만 박진감 있는 진행과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로 극은 빠른 호흡을 자랑한다.

관객이 박장대소를 하는 건 유치하지만 솔직한 대사 때문이다. “남편 뒷바라지하고 애들 키우다 보니 어느 날 터미네이터가 돼버렸어.”
화장실에 들어갔다 초기 치매증상 때문에 치마를 내리지 않고 나오는 여성을 보라. 단지 웃을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방황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해진다.
바로 이러한 적나라함이 쌓인 게 많고 숨길 게 많았던 아줌마들의 욕구불만을 일격에 날려버리게 하고 있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해마다 앙코르 공연을 하며 어느새 대표적인 ‘중년 뮤지컬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특히 공연별로 매번 다른 애드리브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개인기는 양념거리다.
이번엔 배우 전수경씨가 직접 연출까지 맡아 또 다른 색깔을 내고 있다. 드문드문 앉아 있는 중년 남성 관객은 툭하면 무대로 불려 나오거나 객석에서 요란한 대접(?)을 받곤 한다. 남편과 함께한다면 색다른 경험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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