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제담배-거부감은 어디로 젊은층 더 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 ○… ○… ○… ○… ○… ○… 회사원 姜모양(21.서울마포구연남동)은 3년전부터 담배를 피워온 애연가다.국산담배를피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日本産 담배인 마일드 세븐 라이트를 피운다.그녀가 이 담배를 고집하는 것은『우리 입맛에 맛고 왠지 고급스러워 보인 다』는 이유에서다.외국산,특히 일제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민족정서에 어긋나거나 국내경제를 좀먹는다는식의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 …○ …○ …○ …○ …○ …○ 姜양의 예에서 보듯 외국산 담배가 서서히 우리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양담배시장 개방당시 소비자들 사이에 은연중 배어있던「양담배는 국민경제를 좀먹는다」는 의식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6.3%.88년7월 담배시장이 전면 개방된 다음해인 89년 4.6%에비해 37% 증가한 수치다.
◇종류별현황=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외국산 담배는 7개국18개 업체의 1백5종.궐련 96종과 시가 1종,씹는 담배 6종,파이프 담배 2종등이다.
국가별로는 美國이 말보로.켄트.윈스턴등 68종으로 압도적으로많고▲日本 마일드 세븐등 9종▲英國 던힐등 9종▲獨逸 B.A.
T엑스포트등 8종▲인도네시아 6종▲스위스 4종▲필리핀 1종등의순으로 진출해 있다.
올해 2월기준 1백5종의 외국산 담배중 판매량면에서 일본담배주식회사(JTI)의 마일드 세븐 라이트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외국산 담배시장의 절반이상인 53.3%나 차지하고 있고,2위인 美 필립 모리스社의 말보로 라이트(10%) 와 큰 차를보이고 있다.
국내 외국산 담배시장은 이 두 종류가 3분의2 이상을 점하고있는 셈이다.다음으로 英國의 던힐 라이트(3.9%),버지니아 슬림(2.9%),셀렘 라이트(2.9%),말보로(2.7%),벤테이지 라이트(2%)등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 다.마일드 세븐의 소비자가 급증하는 반면 90년 최대 소비량을 자랑하던 버지니아 슬림이나 말보로 라이트등은 점차 감소하거나 제자리걸음을면치 못하고 있다.
마일드 세븐 라이트의 경우 90년 5.4%에 불과했으나 91년 12.6%,92년 20.6%,지난해 27.3%,올들어 53.3%까지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반면 90년 13.8%로 선두를 달리던 버지니아 슬림은 올해 2 .9%로 격감했다.특히 마일드 세븐 라이트는 국산.외산 구분없이 개별 담배 시장점유율을 비교했을 때 8위(2.1%)를 차지해 15위안에 드는 유일한 외산담배다.
◇판매증가 원인및 소비자 특성=소비자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원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개방당시 외산 담배에 대한「애국심차원」의 막연한 거부감이 점점 엷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월 담배가격이 오른 이후 두드러진다.서울강남구압구정동 담배소매상 趙大鉉씨(63)는『담뱃값이 국산.외산 가릴것 없이 일제히 오른뒤 국산담배도 결코 싸지 않는 판에기왕이면 외산 담배를 피우겠다는 손님이 크게 늘 고 있다』며『개방직후에는 외산담배를 사려는 손님들이 쭈뼛거리기도 했으나 이제 그런 현상은 사라진지 오래다』고 말했다.마일드 세븐 라이트의 판매신장은 최근의 일본문화 확산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일본풍의 패션.잡지.전자제품.음악등 우 리 의식 속으로 일본문화가 확산되고 있고,일본영화 수입개방이 거론되는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젊은층과 유흥업소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두드러지는데 서울강남구신사동이나 압구정동에서는 외산담배의 판매량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신사동 한 편의점 직원 朴晟秀씨(28)는『유흥업소에서 마일드세븐이나 말보로만을 보루째 사가기 때문에 전체 소비량중 25~30%정도가 외산담배』라면서『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사이 젊은 여자들의 90%가 마일드 세븐만 피우며 없 어서 못팔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 담배회사들의 적극적인 판촉전략도 대체로 적중하고 있다.
마일드 세븐 라이트의 제조사인 JTI社는 우리 입맛에 맞는 담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스키이벤트등 각종 행사를 후원하기도 한다.켄트담배의 제조사인 美 브 라운 앤드 윌리엄슨社는 지난 2월 1주일동안 맛이 입에 맞지 않거나 한개라도 남은 담뱃갑을 반납하면 담배 한갑에 해당되는 현금을 되돌려주는 「맛 보증제도」를 실시한 적도 있다.
또 라이터 끼워팔기,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해 소매점 청소해주기등 한국담배인삼공사가 흉내도 내지 못하는 다양한 판촉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국산담배의 대응책=무엇보다 제품을 다양화해야 한다는게 흡연가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현재 종류면에서도 국산담배는 18종에불과해 1백5종에 달하는 외산담배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현행 궐련형외 슬림형 담배(현재의 담배보다 굵기가 얇 은 담배).파이프담배.10개비들이 담배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부 전매기획과 禹鍾諺서기관은『지금까지 신제품을 개발하면 그때까지 잘 팔리던 담배의 질을 떨어뜨려 신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식의 구태의연한 전략으로 일관해왔다』며『소비자의 인기를 끄는 제품을 오래 존속시켜 대표상품으로 내세우고 높 은 질의 새담배를 계속 생산해내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간기업의 마케팅 기법을 도입,소비자의기호나 경향등을 정확히 분석해 이에 따른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방만한 경영도 합리화.원가상승 요인을 구조적으로 흡수해야하지만 외산담배와의 가 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나갈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에도 담배인삼공사측은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申成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