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체질 의학' 수학적으로 풀어낸 한의사 주석원씨

중앙일보

입력 2007.08.21 05:07

업데이트 2007.08.2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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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제마(1837~1900) 선생의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부터 권도원(86) 선생의 ‘8체질론’으로 이어지는 체질의학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밝혀냄으로써 한의학 과학화에 한 발 다가섰다고 자부합니다.”
 
『8체질 의학의 원리』(통나무)를 최근 펴낸 한의사 주석원(45·주원장한의원 원장·사진)씨는 “8체질론으로 귀결되는 체질의학이 한의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질의학이 일반 한의학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그는 “전통 한의학이 환자의 증상을 보고 치료를 한다면, 체질의학은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달리 치료한다”고 했다. 같은 약이나 음식이라도 체질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체질의학에 처음 눈뜬 이가 구한말의 명의 이제마였고, 이와는 별개의 연구로 출발했으나 체질론에 있어서 이제마의 이론과 역사적 연속선상에 자리하는 8체질의학을 확립한 이가 권도원 선생이라 했다.

그에 따르면, 체질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다섯 쌍의 장부(臟腑)의 크고작은 배열 구조를 가리킨다. 다섯 쌍의 장부란 간·담, 심·소장, 비·위, 폐·대장, 신·방광이며, 이를 5장 5부라고도 부른다. 이 다섯 쌍의 장부 간에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기(氣)의 흐름이 존재하는데, 장부 간 영향력의 차이가 바로 8개 체질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같은 8체질론을 권도원 선생이 이미 1960년대에 독창적으로 밝혀놓았다. 이를 주 원장은 수학적 방법론을 도입해 새롭게 해석해냈다.

"다섯 쌍 장부의 배열 차이로 나타나는 경우의 수는 모두 120가지입니다. 그런데 체질이 120개가 아닌 것은 인간이란 유기체의 생존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을 통해 항상성(homeostasis)을 지향하는 성질입니다. 즉 동적 평형을 이룰 수 있는 배열만이 올바른 체질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적 평형에 해당하는 배열만을 구하면 체질은 20개로 압축됩니다. 20가지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체질의 종류입니다.”

이 20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주 원장은 수많은 임상 경험과 확률적 추론을 통해 “인체의 99%가 8체질로 분류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주 원장은 8체질론을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를 통해 접했다고 했다. 고려대 기계공학과(81년 입학)를 졸업한 주씨가 동신대 한의과를 들어간 것은 32세 때인 93년. 그 전에도 도올의 사상을 저술을 통해 접해 왔지만, 그 해 도올이 개설한 ‘도올서원’에 입학함으로써 동서양 고전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눈뜨게 된다. 이어 당시 원광대 한의대에 뒤늦게 입학하며 도올이 걸어간 길을 그도 뒤따랐다. 

권도원 선생과 도올의 인연은 66년부터 시작된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대학생 도올은 권도원을 만나 1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의 침을 맞았으며, 이후 권도원 침술의 과학성을 규명해 보겠다는 평생의 화두를 세웠다고 한다. 권도원-도올-주석원으로 이어지는 8체질 의학의 체계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배영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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