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기시장의 「사기수법」 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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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로 신생국·비밀단체 거래 표적/현물시장/유령회사로 암약… 탄로나면 잠적/오프쇼어…/가짜 선하증권·신용장등을 팔아/페이퍼행어
포탄수입 사기사건은 해외 무기시장 정보에 어두운 한국의 군수관계자들이 국제 무기사기꾼들의 사기극에 말려든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국제무기시장에는 이른바 「컨맨」(Cunning Man의 은어)이라는 기생충들이 득실거린다.
이들은 국제무기거래 시장에 번식하는 「비밀」이라는 곰팡이를 먹고 자란다. 이들의 정체는 좀처럼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포탄수입 사기사건처럼 사건이 표면화되어도 무기도입자나 공급자가 진상을 정확히 밝히길 꺼리기 때문이다.
국제무기시장을 무대로 비밀이라는 곰팡이를 먹고 자라는 전문사기꾼,즉 「컨맨」들의 정체와 사기수법은 어떤 것인가.
국제무기거래는 ▲정부차원의 FMS방식 ▲개인(또는 단체)대 개인간에 이뤄지는 상용방식 등 크게 두가지가 있다. FMS방식은 정부가 정부를 상대로 하는 거래인 만큼 대부분 주문생산으로 중개상들이 낄 틈이 없고 뒷돈거래(커미션)의 소지도 거의 없다.
그러나 현물시장에서 직접 현금을 주고 무기를 구입하는 상용방식은 국제 「컨맨」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며 이같은 무기 현물시장이야말로 「컨맨들의 온상」이다. 현금을 주고 무기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은 주로 ▲아프리카 신생국들 ▲미국 등 선진국들로부터 무기 직거래가 금지된 나라 또는 정치집단 ▲특수한 사정으로 비밀리에 무기를 들여오려는 나라들이다.
예컨대 소말리아의 최대 군벌인 아이디드파는 정부 베이스로 무기를 구입할 수 없어 현물시장을 이용하고 있다.
이 거래는 무기메이커와의 고객간 직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중간상이 끼게 마련인데 이들이 대부분 「컨맨」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은 오프쇼어 컴퍼니(Off­shore Company)와 페이퍼 행어(Paper Hanger)방식.
오프쇼어 컴퍼니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이나 카리브해역 등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나라(또는 도시)에서 무역업을 하는 유령회사로 일단 사기극이 탄로나면 신속하게 자취를 감춘다.
이번 포탄사기 사건이 표면화되자 핵심인물인 후앙씨가 파리의 사무실을 그대로 둔채 종적을 감춘 것도 바로 이런 케이스에 해당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첨단통신시설과 장비를 차려놓고 세계 도처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브로커들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한다.
어느 나라에서 특정무기 수요가 발생하면 「컨맨」들은 즉시 세계도처의 브로커들을 통해 재고추적에 들어간다.
재고확보가 어려울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무기판매가 자유로운 브라질에 주문생산을 의뢰하기도 하나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돈을 챙겨 잠적해 버린다. 무기중개업계에 따르면 문제의 FEC사 대표 후앙씨도 90㎜ 포탄 등을 수집키 위해 아프리카·중동지역 등지를 샅샅이 뒤졌으나 수집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다른 사기수법의 하나인 페이퍼 행어는 선하증권(B/L)이나 신용장(L/C) 등 거래에 필수적인 서류 등을 가짜로 만들어 팔아먹는 전문서류 위조단을 말한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거래수단인 채권이나 증권·약속어음 등 모든 결제수단을 위조해 헐값에 팔아넘기는 수법을 쓴다. 미국은 이런 페이퍼 행어들의 농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채권검정사」라는 공증제도를 갖고 있다.
컨맨들의 주대상은 무기시장에 어두운 나라나 집단이지만 한국은 비밀스런 거래가 많아 컨맨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게 무기상들의 얘기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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