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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수영문학상 수상 이기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인 李起哲씨(50)가 제1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수상작은 시집『地上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문학과 지성사刊).金洙暎시인 유족과 민음사에 의해 81년 제정된 김수영문학상은 이성복.황지우.최승호.김용택.장정일.장석남씨등 경향과 유파를 초월,참신한 시적 출발을 보인 신예들에게 주로 주어져왔다.
72년『現代文學』을 통해 문단에 나온 이래 20여년간 6권의시집을 펴낸 李씨에게 이 상이 돌아간 것은 90년대들어 이제 안정과 인간적.내면적 깊이를 찾으려는 문단의 소망이 반영된 것으로 볼수 있다.
『내 정신의 열대,멱라를 건너가면/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본사람들이/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쌀씻어 밥짓는 마을 있으리/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며 초록만큼 푸르러지는/사람들 살고 있으리…/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처녀의 발 등 같은 흰 물결 위에/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수 있으리/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소리와/아플 것 다 아파본 사람들의 마음불러모아….』 수상시집에 실린 시『정신의 열대』일부다.경남거창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영남대 국문과 교수로 있는 李씨는 우직할 정도로 자연과 농촌의 삶에 집착하고 거기에서고전적인,그러면서도 순결한 처녀성의 언어를 얻고 있다.
그의 시는 물질적.정신적 야심,정치와 역사에 대한 기대로 부풀기만한 욕망의 거품을 지우고 자연의 은혜와 한계속에 안분지족하라고 이른다.
안분지족을 노래한 시들은 상투적 풍류나 도사.은사풍의 흉내로떨어지기 쉬우나「슬플 것 다 슬퍼해본」李씨의 내적 깊이와 삶의지혜는 그런 상투적 허사를 극복,새로운 구체성을 얻고 있다는 게 심사를 맡은 김광규.김영무.김우창.김치수. 황동규씨의 평이다.한없이 추구하다 탈진되는 욕망의 시대에서 인간과 시의 고향을 찾는「歸去來辭」로 李씨의 시가 읽힌 것이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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