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방향 선택적 조율/새 정부 첫 여야영수회담 의미

중앙일보

입력 199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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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구세력 반발대응책 공감 오갈듯/“DJ귀국 정계동요막기용” 관측도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15일 만난다.
두 사람은 구 통일민주당에서 총재와 총무라는 상하관계로 함께 활약하다 지난 90년 3당합당으로 정치노선이 갈라진 뒤 여야 영수의 위치에서 처음으로 공식 대좌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나와 신고를 겪은 끝에 야당당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그는 6·11 보궐선거에서 1승을 거둠으로써 어느 정도 원기를 찾았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지난 11일 밤 보궐선거 개표가 진행되던 시각에 청와대의 주돈식 정무수석이 이 대표의 북아현동 자택으로 찾아와 김 대통령의 뜻을 전달,성사됐다는 후문이다.
○특별한 의제 없어
취임 1백일을 나름대로 의미있게 정리하고 넘어간 김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 대표를 정치후배 정도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앞으로 국정에서 민주당의 협력을 받을일이 너무 많다. 또 야당이 적당히 강해야 일이 모양새 있게 돌아간다는 측면도 있다. 더구나 이 대표의 뒤에는 김대중씨와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8백만 유권자가 도사리고 있다. 16일 유럽여행을 떠나는 이 대표에게 김대중씨의 안부를 물어 두는 인사치레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표도 영수회담을 가짐으로써 국정의 한 축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 김 대통령과 여권에 대해 구체적 요구를 당장 들이밀기보다는 개혁의 방법론에 대한 민주당의 기존당론을 확실히 제시함으로써 「선택적 협력」의 자세를 분명히 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15일 아침식사를 함께 하는 형식을 진행될 두 사람의 회담에서 큼직한 물건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 대통령이 취임후 야당대표를 처름 만난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개혁작업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하게 될 것』이라는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도 14일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특별한 의제보다는 새로 출범한 김 대통령정부와 여야관계를 올바로 정립하고 개혁의 방향에 대해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듣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차법 논의 추측
민자당은 14일 저녁 최고위원 간담회를 따로 열고 이 대표가 조찬석상에서 꺼낼 화제를 나름대로 정리할 예정이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김 대통령에게 「국회를 개혁추진의 장으로 삼고 야당의 조언에 귀기울이라」고 당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개혁은 사실상 김 대통령 혼자 지난 시대의 비리에 대한 사정활동을 주대상으로 해 좌충우돌하다시피 진행시켜 온 만큼 한계가 닥쳐오기 전에 국회와 야당을 「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부영 최고위원도 『국회를 지금처럼 「기가 꺾인」 상황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국회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학생들이 경솔하게(폭력사태 등) 활동해 국가보안법 개폐같은 시급한 개혁입법이 제대로 안될까 걱정』이라며 『개혁이 법제도로 정착되도록 여야 영수간 원칙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수회담의 의미에 좀더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정치자금 ▲김대중씨 문제 ▲수구세력에 대한 협조적 대응 ▲정계개편설 ▲지방자치제 등이 깊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중 민주당과 이 대표가 드러내지 못하면서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는 과거와 같은 막후 거래 차원이 아니라 정당법·정치자금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 숨통을 터보자는 방향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김대중씨 문제에 대해서도 온갖 설은 무성하지만 일단 양김간의 이심전심에 기대고 우호적인 안부를 전하는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정계개편설은 인위적 개편가능성을 부인한 김 대통령의 지난 3일 기자회견 내용을 이 대표측이 재차 다짐 받아두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DJ 안부 전할듯
다만 향후 정국구도와 관련,여권내에 더 뿌리가 깊은 이른바 「수구세력」에 대한 대응방안에 관해서는 여야 영수간 일정한 공감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 점에서는 서로 이해가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김 대통령의 여권장악력 강화나 야당의 입지다지기,그리고 수년후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가의 인적구도에 대비해서라도 상당한 의견교환이 오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일부에선 양자회동을 「대 김대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대통령이나 이 대표 모두 곧 돌아올 김대중씨를 의식해 회동을 서둘렀다는 관측이다. 양자 모두 김대중씨가 귀국하기 전에 이 대표의 야당위상 확립이 김영삼정부와 이기택체제의 안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는 시각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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