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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승리』-조지 슐츠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제2회 서울 평화상을 수상한 전 미국무장관 조지 슐츠의 회고록은 원래『전환점(Turning Point)』이란 제목으로 지난 2월 출판 될 예정이었다. 공교롭게도 전 미국 대통령 카터의 자서전이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는 바람에『혼란과 승리(Turmoil and Triumph)』로 바뀌어 지난달 출간됐다. 이 책은 이번 주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리스트에 올랐다.
이 책에는 그가 국무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일어났던 큰 사건인 KAL 007기 격추사건과 5, 6공 대통령과의 만남 등이 기술돼있다. 아쉽게도 별다른 논평은 없다.
한국기업이 이라크를 위해 무기제조를 계획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실려있다. 또 80년대 초 라틴아메리카 수리남 공화국의 독재자 부티즈가 이 나라를 쿠바식 공산국가로 만들려고 획책했을 때 베네수엘라에 기지를 둔 50∼1백75명의 한국특공대를 동원, 소탕시키려 했던 CIA의 계획을 슐츠 자신이 단호하게 중지시켰다는 비화도 소개하고 있다.
슐츠는 2차 대전 때 해병대 장교로 참전했다. 그때의 유물이 그의 몸에 새겨져 있는 호랑이 문신이다.
그는 겉만으로는 아주 활동적인 정치·경제인으로 보이지만(건설회사 벡텔 사장출신)사실은 골수 학자출신의 엘리트다.
그의 이번 회고록은 당당하고도 자신감 있는 서술이 가득 담긴 자서전 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자유세계의 조종사석에 앉아 나는 당면했던 모든 풍파를 유연히 헤쳐왔다』고 그는 쓰고있다. 이런 것들이 독자들에게 충만한 삶에 대한 존경, 소신과 경륜을 한껏 필수 있는 그곳의 여건에 대한 부러움과 희망 등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런 대단한 지식과 경력을 지녔으면서도 배우출신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늘 겸손하고 돋보이지 않은 몸가짐으로 일관했던 그의 모습은 정치가로서의 승리를 넘어 진정한 인간승리의 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조승훈><동방서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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