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울릉도 앞 보물선 ‘돈스코이’호

중앙일보

입력 2007.07.31 09:43

업데이트 2007.07.31 16:09

12세기 고려 청자 수천 점을 싣고 가다 침몰한 배가 24일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이 침몰선에서 나온 유물들은 1점당 몇 천만원에서 수십 억을 호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 청자 보물선’ 소식에 울릉도 저동항 인근에 침몰했다고 알려진 전설의 러시아 보물선 ‘드미트리 돈스코이(Dimitri Donskoi)’호도 함께 화두에 올랐다.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를 찾는 모임' 사이트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때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5800t급 러시아 군함이다. 여기에는 적어도 수십조원의 금화와 골동품, 그리고 100여 년전에도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마셨던 스미르노프 보드카 등이 실려 있다는 미확인 소문이 예전부터 무성했다. 1981년 도진실업이 탐사에 나섰으나 기술과 장비 부족으로 인양에 실패했다. 1999년엔 동아건설이 한국해양연구소에 의뢰해 탐사작업을 시작했다. ‘밀레니엄 2000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였다. 2003년 첨단 장비를 동원해 돈스코이 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을 찾아내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보물선의 꿈 찾아=돈스코이호의 존재가 확인되자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를 찾는 모임’ 사이트가 개설돼 보물선을 찾는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 이 사이트에는 돈스코이호의 침몰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설치돼 돈스코이호 인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현재 이 사이트는 운영자의 사정으로 잠정 폐쇄됐다. 점차 돈스코이호가 일반인의 관심 바깥으로 벗어났기 때문이다. 사이트 운영자인 울릉도 주민 배상용씨는 “(사이트가) 폐쇄된 지금도 돈스코이호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며 “돈스코이호가 인양 되면 울릉도에 있는 박물관에 복원해 두거나 잠수정을 통해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잠자는 보물선=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침몰선을 촬영하는데 성공한지도 4년이 흘렀지만 아직 돈스코이호는 물 속에 잠들어 있다. 인양작업이 적지않은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당시 해양지질학을 전공한 해양연구소의 유해수 박사는 1998년 돈스코이호 탐사 계획안을 냈고 이듬해 동아건설이 이를 검토해 7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2004년까지 돈스코이호를 확인하고 인양 가능성에 대한 기술을 검토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동아건설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도를 맞아 돈스코이호 인양 작업도 전면 중단됐다. 6780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던 동아건설이 지난해 회생 가능성을 보이면서 돈스코이호에 대한 관심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잠수해버렸다.

100여 년간 바닷물에 노출돼 선체가 심하게 부식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무작정 손댔다가 선체가 산산이 부서져 눈앞에서 보물선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돈스코이호가 온전하게 인양돼 선체와 수조원에 달하는 금화·골동품 등이 발견돼도 소유권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도대체 언제=돈스코이호 인양 시점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탐사권을 가진 동아건설과 이를 승인하는 정부, 의뢰를 맡은 해양연구소의 입장이 각기 달라 당분간은 인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돈스코이호는 정부 사업이 아니라 모르겠다”며 “오래된 일이라 당시 실무를 맡았던 사람들은 다른 자리로 갔다”고 말했다. 해양연구원도 불분명한 태도를 취한다. 유해수 박사는 “동아건설에서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추가 탐사는 중단됐다”며 “돈스코이호의 인양 작업이 정치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어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동아건설이 최근 탐사권을 다시 정부에 요청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부가 탐사권을 다른 기업에 줄지, 아니면 동아건설에 그대로 승인해줄 지가 미지수”라며 “이번 정권에서는 물 건너 갔고 다음 정부에서나 다시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돈스코이호의 인양 작업은 중단 상태지만 동아건설과 정부, 해양연구소의 합의가 이뤄지면 언제든지 발굴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다.

☞드미트리 돈스코이 호=1904년 5월 26일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파견된 러시아 발틱함대가 대한해협에서 일본 해군의 집중 공격을 받을 때 물자 수송선으로 파견된 배. 군자금으로 사용할 발틱 함대의 금괴와 골동품을 넘겨 받고 블라디보스톡 항으로 도주하다 일본 해군의 추격으로 1905년 5월 29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침몰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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