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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新語]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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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반통령(半統領)''부시즘''네타티즘''검사스럽다''몸짱''디찍병'…. 2003년 새로 만들어진 유행어들이다. '반통령'은 새 대통령이 역할을 잘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고, 부시즘은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 부시 대통령을 비꼰 말이다.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은 이같은 신조어 6백56개를 집계한 '2003년 신어집'을 최근 펴냈다.

'네타티즘'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세태를 반영했고, '검사스럽다'는 지난해 초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검사들의 태도를 가리킨다. 우리 정치.사회상을 풍자한 말들이 많다. '몸짱'은 몸매가 최고라는 은어며, '디찍병'은 디지털 카메라로 뭐든지 찍고 싶어하는 젊은층을 말한다.

가장 많이 유행했던 신조어는 한국 경제의 불황과 실업에 관련된 말들이다. '샐러던트'라는 말은 샐러리맨(직장인)과 스튜던트(학생)의 합성어로 지난해 12월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직장인'이란 긍정적 의미보다는 직장에서 쫓겨날까봐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의 애환이 더 짙게 담겨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삼팔선'(38세 퇴직).'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 등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말들도 지난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고 있다. 취업이 안된 대학생들을 가리킨 '대오'(대학 오학년), '캠퍼스 모라토리엄'(졸업 유예) 같은 말도 같은 맥락이다.

온라인에 접속만 하면 욕쟁이가 되는 사람을 가리키는'욕티즌', 로또를 즐기는 네티즌이란 뜻의 '로티즌'이란 말도 새로 등장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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