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회의때마다 “대립”/방향 못잡는 미 무역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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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유·보호무역론자로 나뉘어 공방/클린턴도 입장모호… 현안결정 지연
빌 클린턴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는 출범 1백일이 지나도록 가시화되지는 않고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출범직전 유럽공동체(EC)의 미국통신기자재불공정 대우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 통신기자재의 공공입찰 제한 등 보호무역조치를 취했으나 그후 이렇다할 변화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한국관련분야만 하더라도 반도체칩에 대한 덤핑판정이 의외로 낮게 나왔고 지적소유권(IPR) 침해국에 대한 우선협상국지정에도 조지 부시 전 행정부보다 심한 조치를 취한 흔적이 없다.
이같은 현상은 클린턴행정부가 국내경제 회복에 매달려 대외무역문제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거나 선거때 주장하는 것과 실제 정부를 맡은 후의 현실판단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클린턴행정부가 무역정책의 골간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관련부처 장관간의 정책노선이 다른데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주의 고수파와 보호무역주의 선회파의 대결양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유무역 고수를 주장하는 대표주자는 로이드 벤슨재무장관이고 보호무역 선회를 내세우는 쪽은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다른 각료들도 양편으로 나뉘어 각료회의 때나 새로 신설한 국가경제위원회에서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로버트 루빈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자유무역지지파고 로라 타이슨 대통령경제자문위위원장은 보호무역지지파다.
사안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인사도 있다.
론 브라운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시노동부장관은 외국과의 자본 거래를 제한하자는 캔터파의 보호주의 의견에는 반대하는 대신 대일교역에서는 분야별 협상을 통해 일본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캔터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내분 때문에 시급한 사안에 대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우선 일본산 미니 밴에 대한 관세를 종전처럼 2.5%로 할 것이냐 25%로 할 것이냐는 문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을 어떻게 할 것이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안을 어떻게 수정할 것이냐는 등의 주요문제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클린턴대통령의 입장 또한 모호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미니밴 관세문제에 대해 『부시행정부가 이유없이 일본정부에 연간 3억달러를 도와주었다』며 관세인상 의사를 밝힌바 있으나 정작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은 밖으로는 보호무역의 필요성을 강하게 얘기하지만 실제 내부적으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미야자와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질때 클린턴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톤으로 두번씩이나 이의를 제기했으나 실제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담에는 자유무역론자인 벤슨재무장관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이 배석했고 보호무역론자인 캔터대표는 오찬에만 배석했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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