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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가족과 어떻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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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14면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 주는 거 봤습니까?”
필자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S씨는 아주 당당하면서도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혼 때만 잠시 반짝했고 아내의 샤워 소리에 자는 척하거나 마지못해 의무방어전을 하고, 이혼도 생각한다는 S씨.

“가족이랑 무슨 섹스를 합니까? 아내가 매력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S씨는 아주 엄하고 잔소리가 심한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 결혼은 중요한 정서적 독립이다. 그러나 결혼의 해방감도 잠깐. 연애할 땐 다소곳하던 아내가 결혼 뒤엔 잔소리꾼이 됐다.

원래 남성은 정복욕·성취감을 중요시하고 자신이 주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성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S씨의 아내는 성격이 강하고 부부관계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자꾸만 점수를 매기려고 하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이 때문에 S씨는 주눅이 들고,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을 느꼈다. 아내의 강한 모습이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해 가졌던 분노의 감정을 자극하면서 성욕이 철저히 차단된 것이다.

S씨와는 반대로 어머니의 고귀한 모습과 아내를 동일시해 성욕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을 ‘마돈나 신드롬’이라고 한다. 특히 아내가 아이를 낳아 어머니가 된 이후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강동우 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하지만 이런 정신분석적 개념보다는 사소한 문제에서 성욕이 차단되는 경우가 더 많다.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성생활을 회피하기도 하고, 부부간에 갈등이 심각하거나 성생활이 매너리즘에 빠져 부부 사이에 성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내가 너무 수동적이고 목석처럼 누워 있거나, 출산 후 성기능이 손상된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또 아내가 자녀 양육에만 너무 치중해 남편이 소외되거나,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남편이 성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S씨 부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의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흔히 성행위를 다양하게 하라고 하면 남성들은 파트너의 수를 늘리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한 사람의 배우자와 성행위 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양한 성행위이다. 입술-가슴-삽입으로 이어지는 뻔한 방식이 아니라 대여섯 군데의 성감대를 매번 다른 조합으로 자극해 흥분이 늘 신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잠자리 환경, 시간대에 변화를 주고 체위 등을 다양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부가 함께 이런 식으로 노력해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는 전문적인 성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
사실 많은 남성이 “아내에게 성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부부 사이에 고쳐야 할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S씨도 아내와의 성생활이 즐거워진 뒤에야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아내가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인 줄 미처 몰랐죠. 괜히 아내 탓만….”
부부가 행복한 성생활을 잘 유지하며 백년해로하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장수하려고 엉뚱한 데에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인 투자다.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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