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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호의 Winning Golf <12>그린 적중률과 스코어의 함수관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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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16면

골프 경기의 통계자료는 많다.

드라이브샷의 평균 거리, 페어웨이 적중률, 퍼트 수 등등…. 퍼트 수도 라운드당 퍼트 수, 그린 적중 시의 퍼트 수로 나뉜다. 그뿐인가. 파3 홀과 파4, 파5 홀에서의 파 세이브 확률과 버디 확률 등 조목조목 따져보면 정말 많다. 프로골프 투어 선수들과 팬들은 넘쳐나는 통계자료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수많은 기록 가운데 결코 다른 기록과 같은 대접을 해서는 안 될 중요한 기록이 있다. ‘그린 적중률’(GIR: Greens In Regulation)이다.

GIR은 각 홀의 파를 기준 삼아 두 번의 퍼트로 홀아웃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린 온 확률이다. 파 3홀에서는 첫 번째 샷, 파 4홀에서는 두 번째 샷, 그리고 파 5홀에서는 세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가야 파 온이 된다.

미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출신으로 골프 해설가이자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조니 밀러는 GIR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내가 전성기를 누리던 1970년대와 80년대 초에 선수들은 오후 늦게 한자리에 모여 ‘그린 적중률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고 회고했다.

선수의 스코어와 GIR을 종합하면 그날의 라운드 내용을 알 수 있다. 15개 홀에서 그린을 지키고도 74타를 기록했다면 그의 롱 게임은 좋았지만 퍼트는 엉망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면 11차례 파 온에 성공한 골퍼가 69타를 기록했다면 칩 샷과 퍼팅이 훌륭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GIR이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 모두가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자료다.

그러나 주말 골퍼들 중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자신이 몇 차례나 그린에 정규 온(그린 적중)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십중팔구는 그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무심한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라운드가 끝나면 “언니야! 스코어 카드 좀 보자. 거~ 16번 홀 트리플 보기만 없었어도 오늘 8자(80대 스코어)를 그리는 건데…”라며 입맛을 다시기 일쑤다. 또는 스코어 카드를 쳐다보며 “아~, 오늘 버디가 없어. 누구는 버디를 3개나 했는데 뭐 오늘 버디값 정도만 잃었네”라며 애써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나 전반 9홀 라운드를 마치고 중간에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GIR을 체크해 보면 나머지 후반 홀에서 ‘집중과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결과를 호전시킬 수도 있다.

즉 롱 게임이 잘되고 있다면 쇼트 게임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하고, 쇼트 게임이 좋다면 무리한 공략보다는 아예 ‘3학년 1반(3온 1퍼트)’의 전략으로 우회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PGA투어 AT&T내셔널에서 우승한 최경주의 당시 라운드별 GIR(83%-78%-61%-78%)을 살펴보면 톱5 이내에 들 정도로 롱 게임이 좋았다. 3라운드 때 61%로 떨어진 GIR로 인해 보기를 4개나 범하면서 주춤했으나 퍼트 수 28개 등 쇼트 게임으로 만회했고, 마지막 날에는 라운드당 퍼트 수가 30개로 치솟았으나 GIR을 78%로 끌어올려 역전 우승의 실마리를 풀었다.

여러분도 매 라운드에서 현재보다 3개씩 온 그린 횟수를 늘린다면 스코어가 놀랍게 향상될 것이다

최창호 JES·일간스포츠 골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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