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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하며 몰매맞고 식기 부수고…/고교생 빗나간 「생일축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소란피워 관심끌자”대구서 성행/후유증 심해 입원하는 학생까지
최근 고교생들 사이에 변태적인 생일축하 의식인 소위 「생일방」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생일방」은 생일을 맞은 학생이 친구들의 주문에 따라 「구걸하기」「싸움걸기」「축하 몰매맞기」「길가는 여자 안기(남자에 안기기)」「신발에 술부어 나이만큼 마시기」「식당 등의 집기 부수기」등 깜짝쇼 같은 행위를 연출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9시40분쯤 대구시내 번화가인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길에선 만취한 D고교생 4명이 비틀대며 한 학생의 온몸을 주먹과 말등으로 마구 때리고 있었다.
맞는 학생은 피를 흘리면서도 웃었고,얼굴엔 구두약과 날계란이 뒤범벅 되어 있었다. 때리는 이들도 웃음을 머금은채 생일축하곡에 맞춰 욕설이 뒤섞인 개사곡을 불러댔다.
『왜 나왔니,XX야. 맞으려고 나왔니. 학교에서 얻어맞고 집에서 쫓겨나고. 병신같은 XX야. X같은 세상속에 X같은 놈 축하해.』 8일 오후 10시20분쯤 대구시내 중앙 지하도에는 고교생 한명이 친구 3명의 박수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구걸하고 있었다. 이들은 구걸한 돈으로 소주를 퍼마신뒤 다시 거리로 나가 생일을 맞은 친구가 친구들의 주문에 따라 길가던 10∼20대 여자들을 끌어안거나 얼굴에 입을 맞추는 등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해댔다.
이 때문에 「생일방」을 치른 학생들은 으레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린다.
지난달 이같은 의식을 치른 박모군(16)은 『온몸이 떨리고 멍이 들어 움직일 수 없었다』며 『1주일이 넘도록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성모양(18)의 어머니 김모씨(44)는 『아침에 나간 딸이 새벽 1시가 거의 다 되어서 들어왔는데 옷이 찢어지고 눈두덩이 부어있어 성폭행이라도 당했나 싶어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모군은 『집이나 학교에서 모두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불만을 생일방으로 터뜨려 보았다』며 『요즘 우리반에서 7∼8명이 생일방 행사를 치른다』고 말했다.<대구=김기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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