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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사건 연루 명동파 두목 홍모씨 첫 공판

중앙일보

입력

24일 명동파 두목 홍모(54)씨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재판정에 들어섰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흰색 번호표를 단 채. 먼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민병훈 부장판사)에 머리 숙여 인사한 뒤, 검사ㆍ변호인석에도 차례로 공손히 인사했다. 이날만큼은 ‘두목’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검사는 홍씨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당시 맘보파 두목 오모씨로부터 남대문서에 사건 무마를 청탁해주는 대가로 15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가 있다며 기소 요지를 설명했다. 평소 명동파를 이끌면서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3월 28일 홍씨는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오씨에게 “남대문서 경찰들과 친하니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홍씨는 4월 9일과 11일 강대원 당시 남대문서 수사과장과 이진영 강력 2팀장을 만나 선처를 부탁했다. 그는 재판에서 “식사 자리에서 만나 얘기를 꺼냈지만 바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미 4월2일과 19일 오씨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홍씨는 “내가 힘들 때 친구에게 생활비를 받았을 뿐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홍씨와 오씨는 30년 전부터 친구로 지냈다. 홍씨는 서로 힘들 때 돈까지 쥐어주는 막역한 사이라고 했다. 변호인도 오씨의 어머니가 병원에 있을 때 홍씨가 병원비 600만원을 대신 지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홍씨와 변호인은 경찰에 사건 무마 청탁을 한 혐의는 인정했다. 홍씨의 변호를 맡은 고경희 변호사는 “빠른 출소를 위해선 무죄를 주장하는 것보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은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때문에 공판은 30일 오전 10시에 다시 열린다. 고 변호사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막은 검찰 측에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홍씨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며 뒤를 돌아봤다. 10여 명의 친구들 앞에서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또 다시 정중히 재판부에 고개를 숙인 뒤 법정을 떠났다. 30일 같은 시각엔 오씨의 재판도 함께 열린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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