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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올림픽, 내년 서울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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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008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의장 이명현 서울대 교수·왼쪽에서 두번째)이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서울대에서 열리는 ‘22차 세계철학대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철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WCP 2008)가 내년 서울에서 열린다. 5년마다 각국을 돌아가며 열리는 세계철학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기는 서울이 처음이다.

국제철학연맹(회장 피터 캠프)과 한국철학회(회장 이삼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조직위원회(의장 이명현 서울대 교수)가 주관한다. 한국조직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8년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철학대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철학 관련 학술대회다. 1차 대회는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고, 터키 이스탐불에서 행해진 21차 대회 총회에서 22차 개최지를 서울로 결정했다. 이때 차기 주최국을 놓고 한국과 경합을 벌인 나라는 그리스(아직 개최한 바 없음)였다. 서양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에 앞서 한국이 먼저 세계철학대회를 개최하는 셈이다.

서울 대회의 주제는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Philosophy Today)’. 150여 개국 3000여명의 철학자들이 모여 세계화·민주주의·경제정의·과학기술·환경·인종·여성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철학의 역할을 모색한다.

세계 철학계를 이끌 차세대 리더들의 강연을 한 자리에서 듣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신개인주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뤽 페리(56)를 비롯, 현대 영미 분석 철학의 중견 티모시 윌리엄스(영국·52)과 독일 현대 철학의 새로운 기수 빗토리오 회슬레(47) 등이 내한한다.

특히 서울 대회에선 동아시아 전통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분과가 별도로 마련된다. 이스탐불 대회까지만 해도 ‘동서 비교철학’을 다루는 분과는 있었어도, 유교·불교·도교가 독립된 분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서양으로부터 철학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던 우리가 동아시아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철학자 초청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다음달 초 한국철학회 이삼열 회장이 방북할 예정이다.

이명현 조직위원장은 “서양철학과 사상의 발원지인 그리스를 제치고 세계 철학자들의 올림픽을 우리가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게 됐다”며 “경제 선진국을 넘어 동서고금의 철학과 문화가 활발하게 교차하는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역량을 한국이 세계에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또 “서양철학이 주도하는 세계 철학계에 아시아 전통의 철학적 사유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유서 깊은 철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21세기에 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성찰을 세계 철학계에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술대회 일정은 4개의 전체 강연과 5개의 심포지엄, 그리고 54개 분과의 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되며, 학술대회 이외에 참가자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계철학대회를 개최한 도시는 스위스 제네바(2차), 독일 하이델베르크(3차), 이탈리아 볼로냐(4차), 미국 보스턴(6차), 영국 옥스퍼드(7차), 체코 프라하(8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10차), 벨기에 브뤼셀(11차), 멕시코 멕시코시티(13차), 오스트리아 비엔나(14차), 캐나다 몬트리올(17차), 러시아 모스크바(19차) 등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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