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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지반… 소홀한 「안전」/부산 열차참사 원인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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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도청­부산시 「협의」도 형식적/행정 적당주의가 빚어낸 인재
철로 지반함몰이라는 사상 초유의 철도사고는 철도청과 부산시와 지중선 시공주체인 한전의 안전에 대한 무신경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특히 철로지반 함몰은 지난해 10월 이미 사고현장에서 불과 6백50m 떨어진 구포변전소∼구포고교 가교밑까지의 송전용 인출선 공사를 하면서 철로지하를 횡단한 것으로 드러나 한차례 사고위험을 넘긴 셈이다.
사고의 직접원인은 터널굴착 도중 스며나온 지하수를 뽑아내 철로지반 지하에 동공이 생기면서 28일 하루만도 1백40여회의 상하행선 열차운행의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함몰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공하청업체인 한진건설측도 현재 공사가 철로 30m 전방까지 진행됐으며 터널 굴착공사중 계속 지하수가 흘러나와 양수작업을 병행해야 했고 28일 오전에는 양수작업으로 굴착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사고가 난 구간의 지반은 지상으로부터 풍암4m,연암 6m,토사 18m의 연약지반으로 당초 터널을 29.6m 지점에서 파려다 붕괴위험이 있어 암반이 보다 강한 30.4m로 낮추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함께 공사구간은 NATM공법을 사용하면서 발파작업으로 인한 진동이 지반을 약화시킨 것도 간접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이같은 잠재적 사고위험성이 내재돼 있으면서도 부산시가 철도청과 협의를 거친뒤 규정에 따른 공사절차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적당주의식 편법공사와 안전의식의 결여로밖에 볼 수 없다.
부산시는 90년 2월14일 도시계획 사업인 북부산 변전소∼구포변전소간 길이 3천28m의 터널식 전력구와 길이 4천3백m의 개착식 전력구 설치에 대한 사업인가를 시행자인 한전에 내주기에 앞서 부산지방 철도청에 의견제시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지방 철도청은 이에 대한 회시문서(문서번호 부산지방 철도청 공무 30314­1598)를 통해 『철도 인근 시설물 설치에 관한 규정인 철도청 청원시설 규칙에 따라 제반절차를 시행자로 하여금 이행토록 해달라』고 회답까지 보내고서도 절차이행을 확인도 하지않았고 회시문서 등 근거서류조차 보관하지 않았다.
이는 23㎞의 공사구간중 단 2곳의 철로 횡단부분을 놓고 「골치 아프게 규정대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무사안일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철도청 고시 30호(88년 10월14일자)에는 철로를 횡단하는 청원시설의 설치는 철도청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지상물은 시공자에게 맡길 수 있으나 지하물은 공사위탁금을 내고 철도청만 시공할 수 있도록 못박고 있다.
또 철도법에는 철로 반경 30m이내에는 방목조차 금지하고 있고 반경 3m이내에는 시설물을 쌓아만 놓아도 처벌받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한전은 91년에 5건,92년에 4건의 수탁공사를 철도청에 맡겼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홍성완박사(지반연구실장)는 발파공사가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 박사는 우선 4m×3m의 터널을 NATM 공법으로 지하 40m에 공사하려면 주변 건축물 등에서 적어도 40m이내로 진입할 때부터 발파에 따른 지반검사를 수시로 하는 것이 토목공사의 상식이라고 밝혔다. 홍 박사는 낙동강지역의 경우 강에서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퇴적층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지하 30∼40m정도까지 모래로 구성된 연약지반이기 때문에 굴착공사시는 일반적인 안전대책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지반의 경우 발파공사 때마다 암반이 흔들려 상층부에 있는 모래와 낙동강의 물이 스며들어 지반을 더욱 약화시킨다는 것이다.<엄주혁·이원호기자>
◎대형 열차사고 일지
▲46.11.13 영등포역 구내 충돌,38명 사망
▲49.8.18 죽령 탈선,51명 사망
▲51.6.24 백양사∼신흥리 탈선,46명 사망
▲55.3.2 부산역 열차화재 42명 사망
▲62.1.31 어정역구내 열차 전복,41명 사망
▲69.1.8 서울 휘경동 건널목 열차·버스충돌,17명 사망·68명 부상
▲69.1.31 천안역 구내 추돌,41명 사망·1백8명 부상
▲70.10.14 모산건널목 열차·버스 충돌,경서중학생 포함 45명 사망
▲70.10.17 원주∼반곡간 터널서 열차충돌,41명 사상
▲73.8.12 충북 영동역 남쪽 1백m 지점에서 유조열차 탈선,사망 38명·부상 12명,열차 24량 소실
▲76.5.23 서울 방학동 건널목서 열차·유조트럭 충돌,1백18명 사상
▲77.7.24 지탄간이역서 열차 충돌,18명 사망·14명 중경상
▲78.10.19 경부선 지탄역 부근서 열차사고,통학생 9명 사망
▲81.5.14 경북 경산 열차충돌,사망 55명·부상 2백43명
▲83.6.12 경남 양산군 건널목서 열차·버스 충돌,6명 사망·35명 부상
▲84.12.27 전남 나주군 노안면 학산리 철도건널목서 열차·버스충돌,15명 사망·12명 부상
▲85.2.19 강원 정선군 사북면 화물열차 탈선 민간 덮쳐 사망 13명·부상 14명
▲90.4.8 전남 황방철도 건널목서 봉고차·무궁화호 충돌,7명 사망
▲90.4.30 전남 목포시 연동철도 건널목서 승용차·통일호열차 충돌,3명 사망·1명 중상
▲90.6.21 충남 연기군 전의면 역구내서 새마을호·화물열차 추돌 탈선,2명 사망·37명 부상
▲90.7.1 충남 서천군 판교리 장항선 철교서 통일호열차에 여고생 3명 치여 사망
▲90.7.21 대구시 동구 사복동 통일호열차·승용차 충돌,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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