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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여름밤 즐기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호 14면

“제 아내는 그야말로 조선시대 여자랍니다.”

진료실에 앉자마자 J씨는 불평을 늘어놓기 바빴다.

“난 열심히 자극해주는데 아내가 너무 소극적이라 흥이 안 나요. 신혼 때는 안 그랬는데…. 그곳을 자극해주면 더 좋을 텐데, 잔뜩 기대하고 있으면 거기서 멈춰버리니…흥분이 싹 가시죠.”

아내가 요즘은 오럴 섹스도 안 해준다며 투덜대는 J씨. 그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그의 아내가 한마디 했다.

“당신, 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발 씻었느냐고 하면 그게 뭔 뜻인지 모르잖아. 꼭 섹스할 거니까 씻고 오라고 말해야 알아요? ”

아내의 그 한마디에 J씨는 KO 펀치를 맞은 듯했다. 말문이 트인 J씨의 아내는 땀내에 끈끈하기까지 한데 성욕이 생길 리가 있느냐며 딱 잘라 말한다.

성행위 때 상대방이 소극적이면 보수적이라서 그렇다고 속단하지만, J씨 부부처럼 청결 문제가 성(性)기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청결 문제는 특히 오럴 섹스 때 두드러진다. 남녀 모두 상대의 성기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자극을 포기하기도 한다.

성행위 때의 청결 관리 문제는 땀이나 신체 분비물이 많아지는 여름철에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특히 겨드랑이·사타구니·항문·성기에서 악취가 풍길 수 있다. 요즘처럼 장마철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여성 청결제로 외부 성기를 가볍게 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성 청결제를 질 내부 세척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감한 피부 부위에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항균 물비누라고 보면 된다.

사실 여성 청결제로 질 내부를 씻는 것은 건강에 몹시 해롭다. 질 내부에는 여성의 몸을 방어하는 유익한 균이 있어서 잡균들의 침입을 막는데, 세척하면 이런 유익한 균들이 죽기 때문이다. 너무 씻는 것도 곤란하다. 청결에 대한 집착 때문에 너무 자주 비데나 뒷물을 하면 오히려 피부가 건조해지고 여성 성교통(性交痛)이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노출이 심한 여름에 성욕이 자극되는 줄 아는데 실제는 그 반대다. 더운 날씨 때문에 체온이 상승해 고환에서 남성호르몬 생산이 감퇴한다. 일조량의 증가와 체력 소모도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저하시킨다.

같은 원리로 일조량이 감소하는 가을이나 겨울에 남성호르몬의 생산이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만큼 성 욕구도 떨어진다. 더구나 무더위로 깊은 수면이 부족하면 그만큼 성기능은 더 떨어진다.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가벼운 목욕이나 샤워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성욕을 잃기 쉬운 여름날에 배려해야 할 부부 사이의 매너다.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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