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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옆 초등학교, 으슥한 그곳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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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명동. 애인과 함께 오붓하게 영화 한 편 보려고 기다리는 회사원 S씨. 10시 심야 영화다. 도착은 9시에 했고 한 시간정도 남아 뭘 할지 생각중이다. ‘어디를 갈까?’ 오늘도 고민이다. 커피숍을 가자니 한 잔에 영화 반값하는 별다방, 콩다방 커피 값이 걸린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그렇다고 영화 보기 전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기도 뭣하다. 여름날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길가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다. 둘만의 으슥한(?) 곳을 찾아 거닐던 S씨, 갑자기 극장 근처 초등학교에서 발을 멈춘다. 조용하고, 넓은 운동장 벤치에 앉으니 자연스레 분위기가 난다. 그녀와 나누는 어린 시절 얘기에 일소일소(一笑一笑).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에 나왔던 남산초등학교

이제 영화 볼 때까지 기다리면서 뭘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화관 주변 가까운 학교로 가면 만사 ‘오~케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말뚝박기’를 하거나 ‘고무줄놀이’를 하던 옛 추억이 떠오르는 건 물론, 조용하고 탁 트인 운동장에 있노라면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와 심은하가 즐기던 ‘나 잡아봐라’ 로맨스도 재연할 수 있다.

“학교는 둘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정말 좋은 곳이죠.” 인기 팝칼럼니스트 겸 연애카운셀러인 김태훈씨의 말이다. “자신들이 ‘다 컸다’는 사실을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라면 학교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로는 그만입니다.” 여기에 커피 값을 아끼니 돈도 덜 들고, 새로운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애정은 깊어지고, 옛 추억에 젖어 꿈을 더 키울 수 있으니 자극도 된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요즘의 학교들은 대부분 시설 개보수가 잘 돼 있어 운동장에는 근사한 벤치들이 줄지어 있고, 조경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더욱이 거의 모든 학교가 하루 종일 운동장을 개방한다.

흥미롭게도 서울 시내 유명 영화관 근처에는 산보 삼아 갈만 한 거리에 학교들이 많다. 그 중, 매출상위 지역 극장들을 대상으로 10분 안에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들을 알아봤다. 학교는 조용히 운동장을 걸을 수 있는 초등학교로 추천한다.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야간자율 학습 때문에 늦게 마치는 경우가 많고, 또 감수성 예민한 고등학생을 앞에서 지나친 애정표현으로 불미스런(?) 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제외했다.

손희성 인턴기자 hssoh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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