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승계 아닌 정권교체”/종전관 판이… 조각을 보는 정가시각

중앙일보

입력 199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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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풀죽은 민정계 당직서나 한가닥 기대 민자/파격인사에 놀라며 새 인물 탐구 한창 민주
『진짜로 정권이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조각발표에 대한 정·관가의 한결같은 평가다.
특히 3공부터 6공까지 거대한 인맥군을 형성했던 대구·경북출신의 이른바 정통 TK인맥과 5,6공에서 「양지」에 있던 관료군 인재들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집권당내 정부교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여·야교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자당측은 황인성총리를 비롯,현역의원 6명과 최창윤총무처·오인환공보처·유경현평통사무총장 등 당출신들의 대거입각을 책임정치 구현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조각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윤환·이한동·최형우의원 등 실세중진들의 입김이 거의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당분간 김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진입김 거의 없어
더구나 김 대통령에로의 권력이동을 불안속에서도 「집권당내에서의 승계」 차원으로 애써 자위했던 민정계측은 『계속 집권했다기보다는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것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측은 『30년 집권세력을 좀 바꿔보라는 것이 선거에 나타난 민의였다』면서 김 대통령의 개혁태풍이 몰아닥치고 있음을 예고.
당내 이론가인 이치호 전의원은 군사문화 척결에 초점을 맞춘 「인사혁명」이라고 평가하면서 『실험적 성격이 강한 내각이어서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
○TK 불안감 역력
5공초 개혁을 전담했던 허화평의원은 문민대통령의 색깔을 그대로 반영한 인사로 받아들이면서도 『평범한 인사로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지만 실무를 너무 몰라도 개혁에 실패한다는 것을 과거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고 착실한 준비를 주문했다.
특히 대구·경북출신 의원들은 이경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한완상부총리겸 통일원장관,김덕안기부장 등 주요자리에 이 지역출신 인물들이 기용됐지만 5,6공의 정통TK인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진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자당의원들 상당수는 김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주식값이 대폭 하락하고 있는데 대해 『말로만 개혁을 외칠 때는 피부로 못느끼던 기득권층이 김 대통령의 취임사와 파격적 조각내용에 담긴 개혁의지를 보고는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것이 김 대통령 개혁의 「벽」일 수 있다고 우려. 즉,주가하락은 개혁에 대한 기득권세력의 1차적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정계측은 그러나 김 대통령이 당직개편만은 민정계 위주로 할 것으로 일단 기대.
○…민주당은 26일 개각에서 이른바 「정통TK」나 군출신 같은 기득권세력이 거의 배제된 점과 인물선정의 파격성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하면서도 ▲논공행상 ▲약체내각 ▲매스컴을 많이 탄 인물의 대거발탁 등을 거론하며 비판.
○안기부장 긍정평가
당소속 의원들은 특히 김상철서울시장·황산성환경처장관 등 김 대통령과 가까웠던 인물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 장관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하거나 비판을 유보하는 분위기. 민주당의원들은 의외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자 소속 상임위별로 신임장관의 상세한 경력과 인맥을 알아보는 등 「인물탐구」에도 신경쓰고 있다.
이기택대표는 27일 『새 내각에는 경력면에서 볼 때 별난 인물들이 많다』고 일단 파격성을 인정하면서 유독 김 서울시장을 지목해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진보야당을 하다극 우로 돌아서는가 하면 행정경험조차 없지 않은가』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표는 또 김 시장이 지난 88년의 13대총선에 「우리 정의당」 후보로 출마(서울 강남갑) 했다가 7명중 6등(2천7백20표)을 한 사실을 들어 『일개 지역구에서도 신임을 못 얻은 이가 어떻게 인구 1천1백만의 서울시장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안기부장 인사에 대해 이 대표는 『김 신임부장은 평소 야당이 주최하는 세미나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분』이라며 『괜찮은 사람이고,특히 군출신 아닌 민간인을 기용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치켜 세웠다. 당내의 군사전문가인 강창성의원은 권영해국방장관(소장예편)의 발탁에 대해 『김 대통령이 문민장관을 시켜야 한다는 여론과 군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다 두가지를 절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 의원은 『무난한 인사』라고 말하면서도 『신임장관이 3군총장 등을 잘 통솔해 나갈지 솔직히 염려스럽기도 하다』고 평가했다.<김두우·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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