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1월 31일 마이클 혼다 등 7명의 미 하원 의원들이 제출한 결의안으로 일본 정부에 대해 다음의 4개항을 촉구하고 있다. 첫째로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에 대한 공식적 인정ㆍ사죄 및 역사적 책임의 수용, 둘째로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의 공식 사과 권고, 셋째로 위안부들의 성 노예 및 인신매매 사실의 부정에 대한 공식적인 부인, 넷째로 현재와 미래 세대에 중대한 범죄 행위에 대한 교육 및 국제사회의 권고에 대한 이행 등이다.
이번 결의안이 제출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협의의 강제성을 증명할 자료가 없으며,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정부 차원의 사죄는 하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방미를 앞두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고노 담화의 계승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를 피력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방미기간 중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미안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강제연행에 대해서는 발언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미 하원의 결의안 저지를 위해 거대 로비회사를 동원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자료를 미 의회에 배포하는 등 로비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결국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거듭된 변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특히 이번 결의안 채택은 6월 14일 일본 의원 40여 명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전면광고를 워싱턴 포스트지에 게재한 것이 미국 내 여론을 움직인 결과라는 점에서 참으로 역설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NGO와 시민단체, 순수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미 의회의 노력도 평가돼야 한다. 올 4월 미 의회조사국(CRS)은 “위안부들의 증언과 네덜란드 전범재판 자료 등을 근거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입증”하는 위안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일 관계 등을 고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온 미 정부도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극소수 납북자 문제 해결에 그토록 열을 올리면서 위안부 문제는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번 위안부 결의안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통과로 일본 정부는 하원 본회의에서의 결의안 안건 상정을 무산시키거나 부결시키는데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로비로 역사의 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시하에서 여성의 인권을 말살한 반인륜적 전쟁범죄임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사회 공동규범으로서의 국제법은 전시하에서의 여성과 아동에 대한 보호를 불가침의 강행 규범으로 승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인류의 보편적 정의와 양심으로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촉구한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통해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염원을 외면한다면 일본은 영원히 경제대국으로만 머물게 될 것이다. 미 하원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즈음해 다시금 정의와 평화가 물결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 본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