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봉투에 우편번호를”/우편물홍수에 속타는 체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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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첨단 컴퓨터도 분류못해/체신공무원 산더미 수작업/아르바이트생 2백여명 월 5천만원 들어
체신부가 우편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90년 7월 우편물분류 컴퓨터를 도입한지 2년이 지났지만 이용자들의 무관심·무신경속에 자동화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체 우편물의 절반가량이 규격봉투가 아니거나 우편번호를 제대로 쓰지 않은 「불량품」이어서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지금 쓰고 계신 편지봉투가 규격봉투입니까.」
「우편번호칸이 빨간색으로 돼 있습니까.」
일선 체신공무원들은 그래서 연말연시를 맞아 산더미처럼 쌓이는 우편물을 보며 최첨단 컴퓨터를 옆에 놓고도 일일이 손으로 분류를 해야 하는 답답함을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한강로3가 우편집중국에 설치돼 있는 우편물분류 컴퓨터는 일본·홍콩·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독일 AEG사로부터 당시 3백72억원을 주고 수입한 것으로 우편물을 행선지별로 자동분류하는 최첨단장비다.
이 컴퓨터가 연말을 맞아 하루평균 처리하는 물량은 평소의 2배가 넘는 4백만통. 광학구분기(OCR) 영상구분기(VCM) 최종구분기(LSM) 등 3종류의 컴퓨터에 의해 분류작업을 하는 이 기기는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있어 유럽의 경우 전체 우편물의 90% 이상이 자동처리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컴퓨터가 분류작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규격봉투 사용 ▲우편번호 제자리에 써넣기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지켜지지 않아 물량의 반수가 「처리불능」이 됨으로써 일일이 손작업을 통해 재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편집중국은 번듯한 자동화 설비를 갖춰 놓고도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인 지난달 21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월 5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수작업 아르바이트생 2백여명을 임시 고용,처리에 나섰다. 만성적인 연말연시 우편체증과 함께 인력·예산 2중손실이다.
서울 우편집중국 이정길국장(52)은 『규격에 맞지 않는 우편물은 컴퓨터에 넣을 수 조차 없기 때문에 체신부에서 정한 표준규격봉투만을 사용해야 하며 광학구분기는 빨간 테두리안의 숫자만 판독하기 때문에 우편번호 칸이 검은색으로 돼있는 봉투도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우편번호를 흘려쓰거나 찢어지기 쉬운 얇은 봉투 등도 처리불능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 국장은 『이용자가 조금만 신경쓰면 정다운 소식들을 훨씬 빨리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의식을 당부했다.<하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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