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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듣고 나무들과 대화하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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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12면

잔병에 시달리는 뚱뚱한 부자가 있었다. 보약도 먹고 치료도 받아봤으나 낫지 않았다. 어느 날 먼 곳에 있는 고명한 의사에게 증상을 자세히 적어 편지를 띄웠더니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다. “당신 몸속엔 무서운 벌레가 살고 있소. 나에게 그 벌레를 죽일 특효약이 있으니 이리로 오시오. 마차를 타면 벌레가 놀라 몸속에서 소동을 벌여 당신은 죽게 될 것이오. 꼭 걸어서 와야 합니다.” 부자는 먼 길을 걸어서 갔다. 의사에게 도착했더니 그의 병은 이미 나아 있었다.
걷기에 대한 전래동화 한 편이다. 걷자. 걸으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어디 몸뿐인가. 프랑스 사상가 루소는 ‘걷지 않으면 사색할 수 없다. 걸음을 멈추면 사색도 멈춘다’고까지 했다.

걷기 좋은 길

강변·천변에 펼쳐진 길
● 한강시민공원 둔치=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에 이르는 41.5㎞의 한강시민공원은 그 자체가 훌륭한 걷기 코스다. 잠실(4.8㎞)·광나루(12.5㎞)·뚝섬(9.6㎞)·잠원(5.2㎞)·반포(6.4㎞)·이촌(8㎞)·여의도(3.8㎞)·선유도양화(11.7㎞)·난지망원(6.2㎞) 등 지구별로 다양한 체육시설과 보행로가 마련돼 있다.
● 양재천변길(영동2교∼영동6교)=서울 강남·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에 걸쳐 있는 양재천길도 ‘걷기족’ 사이에 인기다. 특히 도곡동과 대치동으로 이어지는 2차로 2.8㎞의 보조 간선도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830여 그루가 서로 우듬지를 맞대 장관을 이룬다. 양재천으로 내려와 과천 쪽으로 걷다 보면 왜가리가 날아오르고 잉어 떼가 팔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중랑천=노원구 노원마을∼월릉교까지 8.3㎞ 코스로 강북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강에서 거슬러 온 잉어·붕어는 물론 두루미에다 고방오리·쇠오리·청둥오리·논병아리까지 찾아오는 곳. 상계16단지 주변 0.5㎞ 구간은 점토블록으로 돼 있고, 녹천교에서 창동교까지의 0.8㎞(고압블록)를 제외한 나머지 7㎞는 컬러 아스콘 포장이어서 걷는 데 무리가 가지 않는다.
● 탄천(분당 야탑역∼오리역)=경기도 분당 신도시를 통과하는 코스. 수풀과 샛강이 우거져 ‘푸른 생명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피라미는 물론 잉어와 메기 등 큼지막한 물고기도 강물에 모습을 드러낸다. 총 길이 11.8㎞.
● 안양천변=경기도 안양천 학운공원∼학운교∼비산교∼쌍개울∼비산대교∼비산성당 앞∼비산대교∼애향공원∼삼익아파트 앞∼쌍개울∼비산교 등을 거쳐 학운공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 갯버들과 갈대·감국·물억새 등 22종 80만 그루의 식물과 나무들이 즐비하다. 4.2㎞에 80분 정도 걸린다.

숲의 그윽함 느낄 수 있는 길
● 남산길=국립극장 입구에서 남산순환도로∼팔각정∼남산식물원∼국립극장으로 이어지는 7.9㎞의 산책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다. 국립극장 입구에서 팔각정으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팔각정부터 남산식물원 입구까지는 내리막길. 남산식물원을 끼고 왼쪽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남산순환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국립극장까지는 공원관리사무소가 지정한 ‘시민건강달리기’코스.
● 우면산 생태공원=예술의전당∼대성사∼우면산 생태공원까지의 3.3㎞ 구간, 2시간 코스다. 우면산에는 천연기념물 소쩍새와 흰줄표범나비 등 112종의 동물과 노루오줌·병꽃나무 등 5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양재천 쪽에서 양재 시민의 숲을 거쳐 우면산 생태공원에 오를 수도 있다. 역시 3.3㎞ 거리.
● 청계산과 과천 서울대공원 주변길=과천 서울랜드를 감싸고 있는 청계산에 조성된 산림욕장은 470여 종의 식물과 다람쥐·산토끼·족제비·너구리가 살고 있는 자연학습장. 맨발로 걷는 길 등 11개의 테마로 나누어진 오솔길은 7.38㎞ 거리. 코스에 따라 짧게는 50분, 길게는 2시간30분으로 산림욕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 수원 화성 주변=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조 시대의 건축물 화성 주변은 산책로로 부족함이 없다. 널따란 잔디밭과 상쾌한 숲길, 가벼운 오르막길, 구름다리 등 다양한 코스로 이뤄져 심심치 않다. 총 길이 5.74㎞.
 
주택가 주변 공원에서도
● 올림픽공원=43만 평에 이르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호반의 길’(1.3㎞), ‘토성의 길’(2.2㎞), ‘추억의 길’(3.3㎞), ‘연인의 길’(4.2㎞) 그리고 ‘젊음의 길’(3.1㎞)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토성의 길’은 깔딱고개가 있어 조금 힘들지만 백제 유적을 내려다볼 수 있다. 젊음의 길은 올림픽공원 외곽을 돌아보는 코스로 땀을 쭉 빼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걷기 행사의 주 코스. 마포농수산물 옆 평화의 공원이 출발지점이다. 하늘공원 북단∼난지천공원∼노을공원 북·남단∼하늘공원 남단∼평화의 공원까지 5.8㎞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노을공원에 올라서면 한강 줄기를 바라볼 수 있다.
● 목동 중심축 보행자 전용도로(양천구 신정7동∼목6동)=전체 2.2㎞로 구간마다 테마별 거리가 조성됐다. 신정7동 (목동 중심축)에서 출발해 양천공원까지의 0.4㎞ 구간은 명시(名詩)가 적혀 있는 조형물과 분수대 등이 있어 ‘시와 묵향의 거리’로 불린다. 양천공원∼오목공원 (1㎞)은 점토블록 및 화강석 포장에 겸재 정선의 작품이 있어 ‘겸재의 거리’로 명명. 파리공원∼목마공원 (0.4㎞) 구간은 ‘꽃향기와 새소리의 거리’.
● 삼청공원길=사간동 126 란사진관∼삼청공원 구간의 1.3㎞ 거리로 30분 걸린다. 삼청이란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다고 생긴 이름. 청국장, 수제비, 김치말이 국수, 떡갈비, 홍합밥, 팥죽 등을 잘하는 토박이 맛집에 파스타·스테이크 등이 유명한 서구식 레스토랑, 와인 바도 많아 걷기와 문화를 즐길 수 있다.
● 일산 경의선 철길 옆 공원=신도시 외곽 백마역에서 탄현역까지 경의선 철길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다. 총 길이 6.5㎞로 한적하고 폭이 넓다. 현재 송수관 공사로 중간이 끊어졌다. 경의선 철길을 달리는 기적을 듣는 것도 운치 있다.
● 일산 호수공원=일산 마두역에서 주엽역까지 호수공원에 펼쳐진 S자 코스의 5.8㎞ 산책로는 1시간 동안 파워워킹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밤 11시까지 불이 켜져 있다. 걷다가 인근 라페스타나 웨스트 돔 등 문화시설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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