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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인 못 떠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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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23면

느긋하고 여유 있는 휴가지에 어울리는 로맨틱한 옷차림. 화이트 셔츠는 끌로에 제품. 실크 스커트는 씨 by 클로에 제품. 비키니 톱과 캔버스 소재의 가방은 랄프 로렌 제품. 진주 목걸이는 미키모토 제품. 선글라스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나무 뱅글은 케네스 제이 레인 by 러브로스트 제품. 골드 메탈 뱅글은 DVF 제품. 가방 속에 들어 있는 파시미나는 에르메스 제품. 리본 우드 힐은 미우미우 by 분더샵 제품. 라피아 소재의 와이드 챙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 귀고리는 프래그먼츠 제품.

여름휴가를 위해 짐을 싸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마주하게 된다. 클렌징 크림을 가져갈 것인가(클렌징 폼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이힐을 가져갈 것인가(휴가지에서 신을 일이 있을까?) 하는 고민들. 이 대부분이 가방을 홀쭉하게 만드는 선에서 끝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리조트 주변의 멋진 바나 클럽은 물론이고 모래사장에도 나처럼 형편없는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여자는 없다’는 깨달음. 여기,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물건 목록이 있다.

-멋진 휴가를 위한 필수 아이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 면 소재로 된, 챙이 넓은 모자와 밀짚모자는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가져간다. 이 모자들은 별 볼일 없는 옷차림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도구다. 게다가 여행가방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는다.

호텔 룸과 해변의 선탠 베드를 오가며 잠만 잘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차려입은 기분을 낼 수 있는 옷을 반드시 넣는다. 편안한 느낌의 아일렛 원피스도 좋고, 화려한 프린트의 홀터넥 원피스도 좋다. 신발도 마찬가지. 납작한 통굽이나 스니커즈만을 챙겨가는 것은 금물. 휴가지에서 한번쯤 좋은 레스토랑이나 바를 찾을 때는 역시 하이힐을 신어야 제 기분이 난다.

많은 사람이 물에 젖은 수영복을 넣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큼지막한 비닐 소재 가방을 가져가지만, 투명 비닐 가방을 들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안에 들어갈 소품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주머니도 함께 챙겨야 한다.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차라리 큼지막한 캔버스 소재 가방이 훨씬 멋스러워 보인다(물에 젖은 수영복은 지퍼가 달린 주방용 비닐백 하나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액세서리는 가능한 한 많이, 다양하게 챙겨간다. 반바지와 슬리브리스 티셔츠의 조합도 액세서리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시크해질 수 있다.

홀터넥 수영복의 시대 ①②③④
올여름 수영복의 가장 큰 특징 중 또 하나는 홀터넥 스타일이 많다는 것. 단, 수영복 하면 흔히 떠오르는 화려한 보태니컬 프린트 대신 다리선과 가슴선을 깊이 파내 섹시함을 살린 스타일이 많다. 홀터넥 스타일 역시 어깨선이 수직으로 디자인된 것보다 섹시한 느낌이 강하다. 가슴이 너무 빈약한 사람의 가슴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가슴이 너무 커서 고민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 또한 홀터넥 스타일. 가슴 부분에 셔링(자글자글하게 잡은 주름)이 잡혀 있거나, 프릴이 덧붙어 있되 가슴 밑부분의 밴드가 가는 것을 선택하면 볼륨감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가슴이 커서 고민인 사람이라면 밑단 밴드가 적어도 1인치 이상이되, 탄성이 있어서 가슴을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슴이 크면서 전체적으로 통통한 체형의 사람들에게는 가슴선이 V자 모양으로 깊게 파인 원피스 형태 수영복이 어울린다. 이 경우 역시 홀터넥 스타일로 고를 것. 수영복 색상이 짙을수록 몸이 수축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수영복으로 가려지지 않는 팔이나 다리의 피부색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날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짙은 갈색이나 감색 정도가 무난하다. 하체가 뚱뚱한 사람에게는 다리선이 깊게 커팅된 디자인이 유리한데, 골반의 가장 넓은 부분과 다리 부분 커팅선이 만나는 디자인을 고르면 다리가 날씬하고 길어 보인다. 1.나인식스 뉴욕. 2.랄트라모다. 3.보스 우먼. 4.로코 부티크.

그나마 덜 부끄러운 비키니 ⑤⑥⑦⑧
이제 결정적인 준비물, 수영복을 챙겨야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1박 이상의 휴가를 위해 적어도 두 벌, 혹은 그 이상의 수영복을 챙겨간다. 고무적인 일이다. 리조트 웨어가 전초전이라면 수영복은 본 게임. 입은 이의 체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아이템은 입은 이의 패션 센스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의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수영복을 고를 것인가? 올여름 수영복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비키니.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비키니 열풍이 거세다. 더 많은 부분을 가리는 것이 곧 체형의 결점을 더 많이 감추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비키니 차림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상의와 하의를 각각 톱과 쇼츠(반바지) 형태로 디자인한 비키니도 많이 나와 있다. 상의가 톱으로 디자인된 비키니의 경우, 볼록하게 나온 배를 가리면서도 원피스 수영복에 비해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하의가 반바지 형태로 된 수영복은 납작하고 볼륨감 없는 엉덩이를 다소 가려준다. 단 허벅지가 두껍고 엉덩이가 큰 사람에게는 금물. 수영복 특유의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없을뿐더러 엉덩이를 더욱 강조해 자칫하다간 올림픽에 출전한 투포환 선수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수영복의 장점은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가리려고 하면 할수록 숨어 있는 살들은 더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속설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명심할 것. 5.까샤렐. 6.랄프 로렌. 7.스텔라 매카트니. 8.돌체&가바나.

프린트라면 스트라이프나 도트로 ⑨⑩⑪⑫
시즌이나 트렌드와 무관하게 사랑받는 스트라이프(줄무늬)와 도트(점무늬) 프린트를 활용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스트라이프와 도트 프린트 수영복은 보태니컬 프린트에 비해 캐주얼하고 발랄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동안이거나 체구가 작아서 고민인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스타일의 경우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이 강해 3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 중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클래식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것이 도트와 스트라이프 프린트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물론 30대 이상이라면, 도트건 스트라이프건 너무 좁은 면적의 비키니는 피하는 게 옳다. 9.베네통. 10.마크 by 마크 제이콥스. 11.로코 부티크. 12.모스키노.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지만 우리 몸의 결점을 가장 잘 가려주는 수영복 차림의 ‘옵션’은 ‘당당함’이다. 참고로, 노라 애프런의 수필집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내 나이 26살 한창일 때 1년 내내 비키니를 입고 지낼 것을.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아직 20대라면 지금 당장 나가서 비키니를 사 입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34살이 될 때까지는 그 비키니를 절대 벗지 말기를.” 이 글을 쓸 때 그녀는 64살이었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35살에 신통치 않다고 생각한 몸도 45살에는 그리워진다.” 우리들 각자가 34살이든, 45살이든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한, 비키니를 입기에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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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희씨는 패션 전문지 ‘W’의 한국판 ‘W Korea’의 패션 부문 에디터로 지구촌 패션 트렌드를 좇는 전문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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