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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서른' 톰보이 잔치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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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운석 사장은 “톰보이가 30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강하고 도전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한결같이 표현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톰보이㈜(옛 성도)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회사 이름과 같은 의류 브랜드 '톰보이(TOMBOY.말괄량이라는 뜻)'도 여성 기성복으로서는 유일하게 서른 살을 넘겼다. 1971년 선보인 한국 최초의 여성 패션 브랜드인 '논노'가 1990년대 초반 경영난으로 간판을 내리는 등 한국의 패션 산업은 유난히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톰보이는 꾸준하게 자리를 지켰다. 30년 동안 여성 캐주얼 부문에서 한 번도 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1913억원)의 4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톰보이 브랜드는 여전히 회사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일관된 이미지로 장수=톰보이는 섬유 수출업체 '성도섬유'를 운영하던 고(故) 최형로 회장(지난해 작고)이 만든 패션 브랜드였다. 재킷과 치마 혹은 바지로 이루어진 한 벌짜리 정장이 대부분이던 여성 기성복 시장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최 전 회장의 부인인 김명자 회장은 "1977년 문을 연 서울 명동 매장은 손님이 하도 몰려 거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광경이 벌어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톰보이의 성공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했던 여성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90년대 초반 대형 트레일러 위에서 색소폰을 부는 여성을 등장시킨 '나는 나' 광고가 대표적이다. 정운석 사장은 "강하고 도전적인 여성상을 내세운 브랜드 이미지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이미지를 꾸준히 지킨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최 전 회장의 장녀인 최진아 마케팅 담당 이사는 "2~3년 전 레이스가 많이 달린 '공주풍' 드레스가 유행할 때도 여전히 중성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의 디자인을 고수했다"며 "톰보이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를 흔들리지 않고 지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이 회사가 지난 30년 동안 내 놓은 브랜드는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키우지 못할 브랜드를 함부로 선보이지 말자"는 것이 창업주의 뜻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일부 브랜드를 정리하고 지금은 톰보이를 포함해 '코모도'(남성정장).'톰키드'(아동복). '톰스토리'(가족의류)등 6개만 남아있다.

브랜드 수는 적지만 여성복.아동복.남성복 등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성별.연령별 의상을 만드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 패션업체로서 이 정도의 구색을 갖추기는 사실 힘든 일이다. 타깃층이 다양하다 보니 불경기에도 매출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여성복 매출이 줄어들지만, 아동복 매출은 당분간 유지되는 식이다.

2004년 회사 이름을 '성도'에서 톰보이㈜로 바꿨다. 톰보이를 중심으로 패션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메가브랜드' 전략의 일환이다. 올 들어서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50억원으로 책정한 광고비를 모두 톰보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나는 나'라는 컨셉을 이어 받은 'She's back(그녀가 돌아왔다)'을 새 모토로 내걸었다. 이에 맞춰 흰 티셔츠에 청 반바지, 검은 조끼를 입은 길이 8m의 거대 목각인형 '테라'를 제작, TV 광고 및 거리 퍼포먼스에 쓰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80명이던 디자이너도 100여명으로 늘렸다. 이런 노력 덕택에 톰보이의 올 1분기 매출은 4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었다. 영업이익도 13% 늘어난 30억원이었다.

톰보이 앞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좀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2003년부터 진출해 이미 23개의 톰보이 매장을 연 중국에서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로 잡았다. 정 사장은 "아직은 해외 진출이 본격화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디자인의 현지화 등을 추진하면 승산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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