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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출방식 고쳐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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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지역의 교육을 관장할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이 원론적으로 주민자치에 의한 주민직선이어야 하지만,빈번한 선거에 따른 과열·혼탁을 막자는 현실적 이유에서 교육위원에 의한 교황선출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여섯차례에 걸쳐 이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한 결과 몇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현행 교육감 선출방식을 수정해야할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과정에서 얼굴없는 선거에 물밑거래가 혼탁하고 괴문서가 나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뽑은 사람도 뭔가 찜찜하고 뽑힌 사람도 진흙탕에 발이 빠진 느낌이 들게끔 되었다.
교육감 선출방식의 개선안이 지금부터 논의되고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남은 지역의 교육감선출도 시종 석연치 않은 결과로 끝날 것이다.
가장 원론적인 취지에 따라 주민직선의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거나,교사·학부모가 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초·광역 단체장선거마저 선거과열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유로 그 실시 시기가 정치적 미제로 남아있는 실정에서 교육감의 주민직선은 더욱 어지러운 선거풍토를 유발하게 될 뿐이다.
또 빈번한 정치선거의 와중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할 교육수장이 정치적 혼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22명의 선출자가 있는데도 수억원의 돈이 오간다는 설이 나돌고 서로를 비난하는 문서가 횡행하는데 직선으로 할때 생기는 혼란과 낭비는 어쩔 것인가. 결국 간선인 현행방식에서 뭔가 개선책을 마련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책이라고 판단한다.
지금 당장의 문제점은 교황 선출방식이다. 원래 취지는 현직의 교장들이 후보물망에 오르면 교장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후보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교황선출 방식이다.
그러나 누가 후보인지 모른채 설만 나돌고 있으니 온갖 유언비어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후보가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교육정책이나 입장을 밝힐 기회도 없고 선출권자에게 찬반의 자료를 제시한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투표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난센스다. 서울 한 지역의 초·중등학교 교장만해도 1천명이 넘는데 교육위원들이 이중 누구를 뽑을 수 있을 것인가.
후보등록제를 채택할 때 20년 이상의 교육경력 소지자가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해당지역의 덕망있는 인사들,또는 시의원들로 구성된 후보추천인단이 교육감 후보를 복수추천하는 방안이 도입될 수 있다. 얼굴 없는 후보들을 상대로 눈감고 지팡이 흔들듯 교육감을 선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보추천인단이 추천하는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이중에서 교육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이 현행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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