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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앞두고 답사 온 미국 장애인 여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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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4일 경복궁을 찾은 장애인 여행전문가 스콧 레인즈 박사가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다.최승식 기자

"나무 경사로는 너무 높고 바닥 조명은 휠체어 바퀴를 가로막네요."

14일 오후 경복궁을 찾은 장애인 여행 전문가 스콧 레인즈 박사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경복궁 입구인 흥례문으로 들어서는 경사로를 도저히 혼자 힘으로 오를 수 없었던 것이다. 수동 휠체어를 타고 홀로 이동하는 데 익숙한 그였지만 경복궁 내 경사로 가운데 도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인인 레인즈 박사는 9월 한국장애인연맹 주최로 서울에서 열릴 세계장애인한국대회 사전 점검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대회에 참석할 1500여 명의 해외 장애인이 둘러볼 만한 관광지를 미리 살펴보려는 것이다. 경복궁과 인사동.임진각 등이 대상이다. 장애인과 노약자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활동가인 그는 18세 때 척추암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뒤 휠체어를 타게 됐다.

"이 돌길은 너무 힘드네요. 포장도로가 0이라면 80 정도의 힘을 들여야 갈 수 있는걸요."

레인즈 박사는 울퉁불퉁한 돌로 포장된 근정전 앞길에서 다시 도움을 청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휠체어를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투어를 마친 레인즈 박사는 "전동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경복궁에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바퀴를 들 수 없는 전동 휠체어의 특성상 턱과 경사로는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인도의 타지마할도 장애인을 위한 코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문화 유산을 훼손해서는 안 되지만 장애인도 문화 유산을 배우고 즐기게 하려면 사회가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insight@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스콧 레인즈=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며 노인을 위한 컴퓨터 교육단체인 시니어넷에서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개인블로그(www.Rolling Rains.com)를 통해 전 세계 장애인에게 세계 곳곳의 여행지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를 휠체어로 여행하며 장애인 편의시설, 숙박시설 등을 점검하고 불편 사항을 지적하는 장애인 여행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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