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와 관련한 서적 중에서 가장 비싼 책은 무엇일까. 권위나 판매량으로 보면 ‘월가의 성경’으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나 『증권분석』을 따를 책이 없다. 그러나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1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95만원에 달하는 책이 있다. 그것도 중고로 말이다.
가장 비싼 투자책의 저자 세스 클라먼
바로 투자회사 바우포스트의 최고경영자인 세스 클라먼의 『안전마진:사려 깊은 투자자를 위한 위험회피 전략』이다. 1991년에 하퍼 콜린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후 절판된 이 책은 가치투자 스타일을 따르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필독서로 인식되면서 가장 비싼 투자서적으로 자리 잡았다.

클라먼은 저서의 명성에 어울리게 높은 투자성가를 올리고 있다. 그의 투자회사는 설립(82년) 이후 2005년까지 55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가 탁월한 수익을 올렸던 것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을 투자의 1차적 목표로 여긴 덕분이다. 클라먼은 수익을 생각하기 전에 손실 가능성과 손실 규모부터 따진다.
“만일 당신이 100만 달러를 갖고 동전 던지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게임에서 이기면 추가로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지면 100만 달러를 잃는다. 이것은 확률 측면에서 보면 매우 공정한 게임이다. 그러나 가진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하나는 당신이 이길 가능성이 50% 이상의 확률일 때 베팅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손실이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먼은 가치투자의 지평을 한 단계 넓힌 인물이다. 그는 매수자가 없는 시장을 원했다. 그래야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 미국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자 그는 자신이 원하는 싼 종목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부실채권ㆍ해외주식ㆍ부동산 시장 등으로 투자대상을 확장한 것이다. 이후 다른 대형 펀드들도 따라 들어오자 그 시장을 떠났다. 90년 중반에는 서유럽으로 관심을 돌렸다. 서유럽의 상황이 10년 전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유럽에서는 세법 개정이 이뤄지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다른 투자자들이 서유럽에 관심을 보이자 이번에는 동유럽으로 향했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뒤 동유럽 기업들의 주식이 헐값에 거래되자 이들 주식을 매입했던 것이다. 클라먼은 한국 주식에도 투자해 삼천리와 한신공영 지분을 각각 9.86%와 10.31%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