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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위협하는 Tiger Tour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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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16면

AP 

우즈가 나가지 않는 골프 대회는 호랑이 없는 동물원과 같다. PGA 투어에는 그런 시시한 동물원이 늘어나고 있다. 우즈가 대회 참가를 점점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즈는 자신의 홈페이지(www.tigerwoods.com)에 자신이 출전할 PGA 투어 대회를 발표했다. 메이저 4개,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엄청난 상금이 걸려 ‘돈 잔치’로 불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3개 대회가 주축이다. 타이거 우즈 재단과 관계된 대회(타깃 월드 챌린지ㆍ도이체방크 챔피언십)와 자신의 스폰서 대회(뷰익 인비테이셔널), 골프계 대선배가 주최하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까지 포함해 총 12개다.

잭 니클로스가 주관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스폰서인 뷰익이 개최하는 뷰익 오픈에도 나갈 것이다. 그러나 “부인의 출산과 겹치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오픈에도 불참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출전 대회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

PGA 투어는 우즈의 행보가 곤혹스럽다. 올해는 PGA 투어가 페덱스컵(플레이오프제)을 만들어 ‘골프의 새로운 시대’라며 대대적으로 개혁을 시도한 첫해다. 그런데 우즈는 플레이오프에 나간다는 확답을 안 하고 있다. 시큰둥한 우즈의 반응에 개혁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우즈가 출전한다는 12개 PGA 투어 대회 중 순수한 PGA 투어는 5개뿐이다. 나머지 7개는 유러피언 투어와 공동 개최하는 대회다.

우즈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가 바로 ‘디 인터내셔널’ 대회의 소멸이다. 디 인터내셔널 대회는 1986년 창설된 뒤 올 7월로 21회째를 맞게 됐는데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취소됐다. 최고의 흥행카드인 우즈는 98, 99년 두 차례 출전했을 뿐 줄곧 이 대회를 외면했다. 이 사태로 PGA 투어와 우즈 사이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2월 28일 우즈가 “디 인터내셔널을 대신할 대회로 ‘AT&T 내셔널’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우즈와 PGA 투어는 일단 휴전을 했다. 그러나 이로써 PGA 투어에는 타깃 월드 챌린지,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이어 세 번째 ‘우즈의 대회’가 생겼다. 우즈와 PGA 투어의 갈등이 재연될 경우 이 3개 대회는 우즈가 PGA 투어에 보낸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다.

우즈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동안 유러피언 투어의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 일본 투어의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 나갔다. 대회당 초청비로만 300만 달러를 받고 그 밖에도 엄청난 부수입을 챙겼다. 두바이에서는 골프장 디자인 계약을 하고 15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애써 우승해봐야 상금 90만 달러를 받는 PGA 투어에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다. 우즈는 7년 전에도 대회 출전 문제로 PGA 투어와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내 아들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어디에서든 골프를 할 수 있다. 내 아들은 독립된 선수이며 PGA 투어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우즈의 스케줄을 두고 ‘타이거 투어’라고 부르고 있다. 타이거 투어는 추상적인 말이지만 만약 투어로 묶는다면 PGA 투어나 유러피언 투어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노른자위 대회로 구성되어 있고 우즈가 모두 참가하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케이블 채널 HBO의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인 ‘리얼 스포츠’는 타이거 투어의 현실화를 언급했다. “우즈가 톱 랭커 20명 정도를 규합하고 스폰서를 얻어 진짜 투어를 만드는 것이 다음 수순일 것”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우즈는 PGA 투어 카드를 포기하고 메이저대회 등 중요한 대회에만 참가하며 나머지는 자신의 타이거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필 미켈슨처럼 우즈와 사이가 나쁜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더 많은 돈을 제시할 타이거 투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PGA 투어의 스폰서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타이거 투어에 합류할 것이다. 전통 있는 메이저대회들도 PGA 투어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므로 어떤 투어가 생기든 큰 상관이 없고, 타이거 투어에 편입될 수도 있다.

지난 1994년 그레그 노먼(호주)은 호주 출신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자본을 등에 업고 선수들에게 “PGA 투어를 빠져나가 월드투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PGA 투어는 돈 잔치인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를 만들어 이 시도를 진압했다. 그러나 우즈는 노먼과 비교할 수 없는 거물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우즈가 PGA 투어를 깰 이유가 없고, PGA 투어가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들면서 우즈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우즈도 몇 년간은 이 제도를 지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은 우즈의 몫이다. PGA 투어가 우즈를 지나치게 마케팅한 결과 이제 팬들은 우즈 외의 선수에게 관심이 없다. PGA 투어는 이제 호랑이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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