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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1800만원 매출 올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봉동관’은 지난해 북핵 실험 와중에 개성을 찾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춤판’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식당이다. 이곳은 최근 밀려드는 남측 손님들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북핵 사태가 터진 지난해 7월부터 북측이 개성 시내 관광을 중지시키자 개성공단을 찾는 경제사찰단, 각종 NGO 단체들이 공단 인근의 유일한 북측 식당인 봉동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남북 고위 인사들의 은밀한 회담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고위 인사와 경제인들도 봉동관을 찾았다. 지난 4월 12일 이코노미스트 기자가 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이하 민경협) 주최 비닐 지원 전달식에 동행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100만 평 외곽 경계선 도로에 지어진 ‘봉동관’전경. 곧 이전을 준비 중이다.

4월 12일 오전 개성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날 민경협 관계자들과 중소기업 대표 10여 명은 북측에 지원할 못자리용 비닐 전달을 위해 개성을 찾았다. 전달식은 개성공단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봉동역 앞에서 진행됐다.

일행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에 기차 철로만 있는 그곳에 우산을 받쳐들고 서서 전달식을 하고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전달식이 끝나자 북측 일행 중 한 명이 민경협 관계자에게 다가와 넌지시 묻는다.

“식당은 봉동관으로 예약을 해놨지요?”

으레 식사는 그쪽에서 한다는 눈치다. 봉동관은 개성을 찾는 남측 고위 인사들의 회동이 잦은 장소로 최근 언론에 자주 회 자되는 곳이다. 일행은 차에 나눠 타고 봉동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봉동관을 찾았다. 그곳은 개성공단 시범단지 100만 평의 외곽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다. 길 한복판에 덩그렇게 서있는 외관은 기대와 달리 소박한 건물이었다.

▶1인당 30달러인 ‘봉동관’음식.

2층은 남북 고위급 회담장

미닫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내부는 외관의 초라함을 무색하게 했다. 색색의 한복을 차려 입고 바삐 움직이는 여종업원들로 부산한 모습이다. 식당 구조는 1, 2층으로 돼 있다. 겉모습은 허술해 보이지만 내부 구조를 보면 무대가 있는 대연회장과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원래 2층은 남북 고위층이 회담하는 회의 장소로 사용되다 최근 봉동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회의실을 개조했다. 지난해에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재규 경남대 총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이 식당 2층에서 회의를 했다.

마침 민족화합운동연합 주최 ‘개성 나무심기’ 행사로 개성을 찾은 남측 사람 100여 명이 빽빽하게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우리는 북측 여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미리 음식이 준비돼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엔 평양식 만두, 닭고기 탕수, 꼬리찜, 산나물 무침 등 10여 가지의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음식과 곁들여 간단한 반주를 하면 대동강 맥주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 마신다던 들쭉술을 맛볼 수 있다. 나중에 식사로 냉면이 제공된다.

술값을 제외하고 이렇게 차린 음식값만 1인당 무조건 30달러(약 3만원)씩 받는다. 하루 300명을 받으면 대략 9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는 계산이다. 봉동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 일행이 찾았던 12일 하루 매출은 오후 3시쯤 이미 1만8000달러(약 1800만원)가 넘었다고 말했다.

600명분이다.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진행되는 개성 나무 심기 행사로 봉동관을 찾는 남측 인원은 5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인원이 모두 봉동관을 찾는다고 가정할 때 식대만 15만 달러(약 1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봉동관에는 여성 종업원 14명, 남성 종업원 7명이 있다. 북측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의 급여는 개성공단 근로자 평균 급여인 66.3달러보다 높다. 넉넉잡아 1인당 100달러씩 받는다고 가정해도 14명의 인건비는 1400달러에 불과하다. 거기에 건물 유지관리비와 식재료 값을 제한다 해도 행사가 진행되는 3개월간 순익은 쏠쏠할 것이다. 5~6명이 식사하면서 반주 한잔을 나누면 300달러가 거뜬히 넘기 때문이다.

음식값·술값 평양보다 비싸

개성에는 봉동관 말고도 시내에 자남선려관과 민속려관, 고려호텔 분점 등이 있긴 하지만 모두 시내에 있어 요즘엔 이용할 수 없다. 독과점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봉동관의 음식값이나 상품값은 품목별로 평양보다 비싸다는 평가다. 술도 종류에 따라 평양보다 5~6배 비싸게 받고 있다. 봉동관 매점에서 한 보루에 1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 ‘금강산’ 담배는 평양에선 2~3달러면 살 수 있다.

봉동관의 운영은 아리랑총회사가 맡고 있다. 아리랑총회사는 평양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기본 업종은 돌 생산 및 수출업이다. 이 외에 평양 순안공항과 고려호텔의 면세점도 이 회사가 운영한다. 아리랑총회사는 지난해 남측의 태림산업과 손잡고 첫 남북 합영회사로 개성공단 밖 2km 지점 봉동리 탄동에 아리랑태림석재합영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봉동관 여종업원은?

대부분 집안 좋고 미인들 많아

연령대는 20~24세다. 모두 평양 아리랑총회사 소속이다. 춤과 노래가 수준급이다. 남측 인사들이 갈 때마다 일일이 방에 들어와 노래와 함께 기타를 치거나 오르간을 연주한다. 모두 2년제 이상 예술대학을 졸업했고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수재도 있다. 집안은 부친이 유명 국가대표 선수·감독, 당 간부 출신 등 중상위급. 요즘 봉동관에 손님이 밀려 하루 300~400명의 손님을 연일 접대하자 몸이 힘들다는 하소연도 하고 있다. 처음엔 남측 손님들을 경계했으나 요즘엔 먼저 악수를 청할 정도로 친숙해졌다. 얼굴 피부가 좋고 발그레한 혈색이 돌며 빼어난 미인이 대부분이다. 한 달에 한 번 평양과 개성을 왕래한다.아리랑총회사의 사장은 박영옥씨다. 박씨는 2004년 북측 CIQ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작은 매점을 만들어 놓고 북한 물품들을 팔기 시작했다. 이 매점은 개성공단이 막 문을 열었던 2004년, 남측 사람들이 북을 드나들기 시작했을 때 유일하게 북한 물품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이때 박 사장은 쏠쏠한 수익을 올려 그 해 말 봉동관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개성공단 내에도 현대아산이 직접 운영하는 ‘개성관’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아라코’등 2개의 음식점이 있다. 이 두 곳은 뷔페식이고 역시 개성음식을 맛 볼 수 있지만 정통 개성음식을 푸짐하게 먹어 보고픈 생각에서 대부분 남측 방문객은 봉동관을 찾게 된다. 2003년부터 사업차 개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모 기업 대표의 말이다.

“2003년 말까지만 해도 봉동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에 가보니 갑자기 뚝딱 생겼더라고요. 남측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자 평양의 옥류관처럼 북측 식당을 운영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봉동관이 갑자기 생기자 현대아산 측이 난감해 했다는 말도 전해지더라고요.”

봉동관에서 번 돈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걸까? 북한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봉동관의 수익은 북한의 체육 특기생 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봉동관의 전체 수익이 100% 체육 특기생 지원금으로만 쓰이고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당국은 매년 총회사들에 목표량을 주고 초과 액수는 개인에게 분배하고 있다. 총사장들이 ‘장사’에 힘을 쏟는 이유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돈에 대한 가치를 알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사를 하면서 서비스로 여종업원들의 춤과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 점도 적극적인 모객 행위의 일종이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쌀값·임금·환율 인상, 분배 차등화, 독립채산제 확대를 골자로 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했다.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최대한 실리를 도모하고 경제관리 방식을 혁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 ‘경제개혁’(2003년 6월 조선중앙통신)으로 평가한 이 조치로 근로자 임금을 20배 이상 올렸으며 평균주의 분배를 지양하고 수익을 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국가가 제시한 목표량을 초과하면 개인에게 할당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것이다.

봉동관은 현재 개성공단 1차 개발단지 도로 한복판에 걸쳐 있어 한국토지개발공사와 상의 하에 이전을 준비 중이다. 모두 남쪽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지어지는 것이다. 이날 비닐 무상 지원을 위해 개성에 간 일행의 봉동관 식사 값도 남측에서 지불하고 나왔다. ‘선물’ 주고 밥 한 끼 대접받지 못하고 나온 셈이다.

개성=박미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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