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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가 남북으로 열린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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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리는 송상린스의 전경. [사진=신준식·스즈키 히로코]

헝단산맥을 따라 난 댄장차마고도는 북쪽으로 밖에 열릴 수 없었다.

1억8000만 년 전에 쓰촨성(四川省)과 원난성(雲南省)의 접경부근에서 융기한 헝단산맥(橫斷山脈)은 큰 협곡 세 개를 만들었다. 세 개의 협곡 중 맨 오른쪽 계곡을 따라 중국 최대 강(江)인 장치앙(長江)이 흐른다. 칭하이성(靑海省)의 걸라다인동설산(各拉丹冬雪山, 6621m)에서 발원해 북에서 남으로 헝단산맥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대산맥은 풍습과 문화를 가르는 분기점 역할을 한다. 필자는 2004년 쿤룬산맥(崑崙山脈)탐사에서 쿤룬산맥을 기준으로 북과 남이 현격이 다른 풍습과 생활방식을 보이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하지만 북에서 남으로 뻗은 산맥은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서쪽과 동쪽을 가르는 분기점 역할도 하겠지만 헝단산맥은 쿤룬산맥(崑崙山脈), 텐산산맥(天山山脈)과 비교해 그리 크거나 높지 않다. 이런 이유로 장벽의 의미보다는 남과 북의 문화와 경제의 통로 같은 역할이 더 컸다. 특히 송(宋)나라 때 정착된 차(茶)와 말(馬)의 교환을 위해 만들어진 상업도로인 많은 차마고도(茶马古道)중, 원난성의 주요특산물인 푸얼차(普洱茶)가 이동했던 댄장차마고도(滇藏茶马古道)는 티베트와 원난성을 연결하는 중요 소통의 수단이며 다른 세계를 내다보는 창(窓)역할을 했다.

탐사대는 4월18일(현지시간) 이번 탐사의 마지막 대상지인 장치앙의 깁은 협곡과 유롱수에산(玉龍雪山, 5596m) 서벽을 보기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차는 두 개의 큰 고개를 넘어 샹그릴라(香格里拉, 3300m)에 도착한다. 리장(丽江)과 함께 댄장차마고도의 주요 마방(馬房)역할을 했던 비교적 큰 도시다. 하지만 이곳은 여행자들 사이에 작은 포탈라궁으로 불리는 송상린스(松賛林寺)가 더 익숙한 곳이다. 후티아오샤(虎跳峽)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탐사대는 하루를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제 거의 일정이 끝나가네요.”
“예 끝까지 잘 정리해야죠.”
이제 60여 일간의 탐사가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너무 정신없이 달려와 이렇게 짧은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지난 일정을 돌아보기 급급하다. 그간 머릿속에는 앞으로 가야 할 길과 날씨 그리고 여비계산에 골몰했던 지난 두 달간의 일정이 스쳐간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대산맥이 안식을 취하는 원난성의 남부를 거쳐 한국에 도착할 때 까지 무사히 탐사가 끝나기를 바라며 우리는 다음날인 4월19일 유롱수에산과 장지앙의 협곡이 형성된 후티아오샤로 향했다. 길은 편안해졌고 낮아진 고도로 인해 숨쉬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두 달간 높은 고도에서 갑자기 낮은 고도로 내려와선지 몸은 많이 무거워졌다.

차마고도의 마방 역할을 한 리장고성의 전경.

후티아오샤로 향하는 차안에서 ‘만약 헝단산맥(橫斷山脈)이 서에서 동으로 뻗었다면 지금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있었을까? 남북종단의 헝단산맥이 있었기에 지금의 차마고도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헝단산맥이 중국의 기본산맥구조인 서고동저(西高東低) 로 형성됐다면 아마 차마고도는 아주 먼 거리를 돌아 티베트로 향했을 것이다. 아니면 아주 높은 고개를 넘어 힘들게 교역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탐사대를 실은 차는 다시 깊은 협곡을 향해 출발을 알린다. 길주위로 늘어선 물오른 연초록의 나무 가지들은 초여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계곡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저 멀리 유롱슈에산의 거대한 서벽이 성큼 다가온다. 헝단산맥의 또 하나의 가지인 살루리산맥(Shaluli Shan)의 정남쪽에 위치한 유롱수에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다. 5000m가 넘는 18개의 봉우리가 34km로 길게 펼쳐진다. 또 폭은 13km에 이른다. 중국의 산이 서방에 개방된 1980년 후 여러 원정대가 초등을 노렸으나 1987년에서야 미국원정대가 동벽으로 초등을 기록한 산이다.

송상린스에서 만난 티베티안들.

또 유롱수에산과 하바수에산(Haba Xueshan, 5396m)사이에 형성된 협곡을 따라 창지앙이 110도 급회전 두 번을 거친 후 다시 리장 남쪽에서 90도 회전하여 중국 본토로 흘러간다. 이는 1억8천만 년 전에 융기한 대협곡에 형성된 크고 작은 산맥들을 피해 창지앙이 대륙으로 흘러가기 위해 회전을 한 것이다. 결코 강이 산을 넘지 못한 것이다. 서둘러 장치앙과 유롱수에산의 전경을 사진에 담았다. 멀리 먹구름이 소나기를 뿌린다. 서둘러 다시 후티아오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헝단산맥을 따라 형성된 차마고도는 이제 넓고 잘 포장된 현대식도로에 밀려 그저 역사 속 트레킹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젖줄 역할을 하는 세 개의 강은 이곳에 대협곡이 생긴 이래 북에서 남으로 메마른 대륙과 반도를 적시며 흘러간다. 그리고 저 멀리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대산맥들도 바로 이곳 ‘세 개의 큰 협곡(Great three gorges)'에서 대장정의 안식을 취할 준비를 한다.

“수고 하셨습니다.”
“다 히로코 덕분입니다.” 리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우리는 그간의 서로의 수고를 굳은 악수로 달랬다.
탐사대도 이제 탐사의 대단원을 마칠 준비를 해야 했다. 탐사대는 4월22일 리장을 거쳐 두 달 전 트랜스 히말라야탐사를 위해 첫발을 내딛은 쓰촨성의 청두(成都)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다음날 희뿌연 안게 속의 촉(蜀)의 수도 청두가 저 멀리 아른거린다.

글=임성묵(월간 사람과산)
사진=스즈키 히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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