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 고육지책? 국회 무시한 무리수?

중앙일보

입력 2007.04.25 04:43

업데이트 2007.04.25 06:17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번 비축용 임대아파트 시범사업 강행은 노무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부동산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종합부동산세, 기반시설부담금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은 각계의 빗발치는 반대와 여론 악화를 불렀다. 그러나 이런 굵직한 정책을 노무현 정부는 끝내 밀어붙이고 있다.

비축용 임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2, 3월 국회에선 논의조차 안 됐고 이달엔 두 번의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퇴짜를 맞았다. 그러자 정부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법에 상관없이 시범사업 강행'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은 일을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벌써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입법권을 무시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지 않거나 아예 국회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비축용 임대아파트는 '시범'만 남고 '본사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 임대주택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는 불가능하다.

◆ 정부 입장=애초 정부는 고양 삼송, 수원 호매실, 김포 양촌, 남양주 별내 등 국민임대단지에서 4000가구, 서울에서 1000가구의 비축용 임대아파트를 시범적으로 건설해 2009년 하반기에 분양키로 했다. 정부는 법 통과가 어려워지거나 지연될 경우엔 시범 아파트를 고양 삼송과 수원 호매실에 집중적으로 건설하기로 했다. 재경부와 건교부로 구성된 부동산대책반 관계자는 "고양 삼송과 수원 호매실의 택지 면적이 비교적 넓고 입지 여건도 좋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두 곳을 지목한 것은 재원 조달이 다른 곳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연기금 등에서 빌려 조성하기로 한 임대주택 펀드도 물 건너간다. 이렇게 되면 사업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은행 등이 안심하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사업성이 유망한 지역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고양 삼송의 경우 택지가 153만 평으로 미니 신도시급에 해당되고 은평뉴타운과 가까이 있어 가장 인기 있는 국민임대단지로 꼽히고 있다. 수원 호매실도 신도시 중 입지 여건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있는 수원 광교와 인접해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9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PF로 조달할 자금은 4000억원이다. 나머지 자금은 사업 시행자인 주공의 자체 자금과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게 된다.

◆ 부동산 시장 영향=정부의 비축용 임대아파트 시범사업 강행은 부동산 시장에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범사업 5000가구만으로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국회가 정부의 압박을 의식해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조기에 통과시키면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2009년 이후 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는데 비축용 임대주택마저 시장에 나오면 민간의 공급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회가 정부 조치에 반발해 임대주택법 개정안에 퇴짜를 놓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1.31 부동산대책의 핵심이 무너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깨질 수 있다.

◆ 정치권 논란=국회 건교위 소속의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비록 수급조절용이긴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주택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 측은 "평균 30평인 비축용 임대주택은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연간 5000억원, 총 6조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저소득 서민을 위한 기존의 국민임대주택 사업에 지장을 줄 게 분명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면 토공이 주공의 주택사업 영역을 침범해 공룡 공기업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나라당 내부에는 공기업 이전 방침에 따라 주공이 옮겨가게 될 경남 진주 출신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임대주택법 개정에 집중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준현 기자

◆ 임대주택펀드=비축용 임대아파트 건설을 위해 연기금.우체국 등에서 90조원을 빌려 조성키로 한 펀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손실도 발생할 수 있는 펀드라기보다 사실상 정부에 대한 융자에 가깝다.

◆ 프로젝트 파이낸싱(PF)=특정 회사에 대출을 해주는 게 아니라 특정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기법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는 신용도가 낮지만 사업 자체는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될 때 주로 활용된다. 사업 규모가 커 한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에도 이 방식을 활용하면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와 사업은 철저히 분리된다. 위험 부담을 나누기 위해 PF에는 여러 개 금융회사가 채권단을 구성해 공동으로 참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