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 대폭동엔 “무력”/무장한 폭도들 진압은 엄두도 못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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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에서 가장 잘 훈련되고 최신의 장비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경찰이 이번 흑인폭동사태에서는 왜 속수무책으로 방관적인 자세만을 취하고 있는가.
4백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1천여개의 건물이 불타는등 지난 65년 와츠사건 이래 최대의 흑인폭동으로 기록되는 이번 사건이 발발 이틀째를 맞고 있으나 로스앤젤레스경찰(LAPD)은 이렇다할 진압시도조차 못한채 성난 흑인들의 손에 도시 전체를 내맡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폭동발생 직후 로스앤젤레스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야간통금령이 내려진 상태나 시내 곳곳에서 흑인들의 약탈·방화가 계속되고 있어 경찰력이 무력화된 상황이다.
8천3백명에 달하는 LAPD소속 경찰들이 즉각 폭동현장에 투입되고 5천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IP)가 가세하는 한편,4천명의 주방위군들이 출동했으나 본격적인 진압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무장차·헬리콥터 등 각종 폭동진압장비를 갖추고는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로 일시에 폭발한 폭동에는 제대로 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TV극으로 우리에도 잘 알려진 LAPD의 테러방지단(SWAT)도 1백명 이하로 구성돼 요인 체포·암살 등의 특수테러에만 대응하도록 돼있어 수천명의 무장한 폭도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LAPD의 경찰 각 개개인은 망원경이 부착된 M16소총,경기관총(SMG),자동소총(AR50) 등의 고성능 화기를 갖추고 있으나 부분적인 작전에만 실력발휘가 가능한 실정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수사위주로 조직돼 있고 소규모 테러에만 작전이 가능해 사태해결에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같이 전면적인 폭동사태의 진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흑인폭도들이 대부분 각종 화기로 무장을 한채 시가전을 벌이는 실정이어서 감히 경찰이 진압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5년 발생한 와츠지역의 폭동은 34명의 희생자와 4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내고 6일동안 계속된 후에야 진압이 가능했다. 이번 폭동은 흑인들의 자제가 이루어지지 않을경우 무장한 국가방위군의 무력에 의해서만 진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방위군은 흑인들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속에 현장진압을 꺼린 채 사태추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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