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7명의 목숨 앗아간 티베트 캉파족의 성산 '카와거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당신들은 성스러운 이산을 등반해서는 안 됩니다.”
“카와거보(Kawagebo, 6740m, 메일리수에산의 티베트이름)의 노여움은 당신들의 등반을 막을 것입니다.”


→카와거보 산군의 지아리랜-안(Jiariren_an, 5470m)의 전경. 마치 사람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산이다

티베트에는 8개의 신성한 산이 있지만 티베트인들이 가장 성산(聖山)으로 여기는 산은 다름 아닌 중국명 메일리수에산(Meili Shan)으로 불리는 카와거보다. 카와거보는 산이 아니라 신(神)이라는 믿음으로 티베티안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1991년 중∙일합동대는 티베트 캉파족이 가장 신성시하는 성산(聖山)이자 미등봉인 이 카와거보를 등반하기위해 원난성(雲南省)의 북부에 위치한 데첸(Deqen, 3240m)에 도착했다. 이들은 데첸 근처의 유붕(Yubung, 3200m)마을 서쪽에 위치한 민용빙하(Minyong GL)근처에 베이스캠프(3470m)를 설치하고 거센 캉파족(쓰촨, 원난성묵부, 간수성등의 티베티안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산의 초등을 위해 등반을 시작했다. 쿄토대학 등산팀이 주축이 된 이등반대는 1990년 이미 이산의 등반허가를 획득하고 카와거보를 찾았지만 현지 촌장과 캉파족의 거센 반발로 등반을 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었다.

→데첸에서 바라본 메콩강의 상류. 깊은 협곡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쿄토대는 1991년 토요타 자동차 3대를 유붕마을에 기증하는 대가로 베이스캠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1991년 1월3일 악천후 속에 5100m에서 캠프를 설치하고 날씨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중 신(神)의 노여움 때문이었을까? 캠프에 몰아닥친 거대한 눈사태로 인해 일본대원11명 중국대원6명 총 17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일본대원은 등정에 중국대원은 안전에 치중하는 의견차이속에 캠프위치를 잘못 잡아 이런 참사를 맞았다. 1980년 중국산이 서방에 개방된 후 최대의 참사였다.

티베티안들은 유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등반당시 캉파족과 유봉마을의 티베티안들은 카와거보에 신이 있다면 그 힘을 보여 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이후 집념어린 쿄토대의 도전은 1996년 다시 추모등반대를 꾸렸지만 6470m을 최고도달지점으로 등반을 접어야했다. 이 등반 후 중국정부는 이 산의 입산을 영구적으로 패쇄한다고 발표했다. 성산이 비운의 미등봉으로 자리 매김한 사태였다.

4월8일(현지시간) 청두(成都)를 출발한 탐사대는 다시 18시간을 기차를 타고 달려, 원난성 의 판즈화를 거쳐 다시 버스로 1박2일을 달려 데첸을 지나 카와거보가 코앞인 페라이스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향하며 계속 내린 눈은 4월11일 아침부터는 폭설로 변한다.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탐사지다. 티베트 서부에서 발원해 중국대륙과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 역할을 하는 3대 강(江)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수투파 위로 카와거보가 날개를 편다

이런 이유로 이곳을 ‘3대 협곡(Great three gorges)'으로 부르며 많은 지리학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이곳의 협곡을 통과하는 주요 강은 누지앙강(Nu Jiang),메콩강(Mekong R.)과 양쯔강(Yangtze R.)등이다. 이외 이라와디강(Irrawaddy R, 중국에서 미얀마로 흐르는 강.)과 비얀허산맥에서 발원하는 얄롱강(Yalong Jiang)등도 남북종단으로 협곡을 이루며 남쪽으로 흐른다. 또 이 협곡을 기준으로 텐산산맥(天山山脈)과 쿤룬산맥(崑崙山脈)을 제외한 중국 서부의 거대 산맥의 주맥이 거의 인도차이나 반도로 수그러든다.

이유는 대부분의 산맥이 서고동저(西高東底)의 산맥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 남북종단의 헝단(橫斷)산맥이 바로 이 협곡을 따라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세 개의 협곡 주위에는 가리공산맥(Gaorigong Shan), 누산맥(Nu Shan), 마르캄산맥(Markam Shan), 닌친산맥(Ninchin, Shan)등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다. 이 헝단산맥을 기준으로 청두 북서쪽의 일부 작은 산맥들을 제외하면 저 멀리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대 산맥은 끝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데첸이있다.

하지만 하늘은 좀처럼 성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한다. 계속되는 눈과 차가운 기온 때문에 5일 동안 힘든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카와거보의 성스러운 모습 보기를 포기하고 데첸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내일도 눈이 오면 데첸으로 돌아가죠,”
우리는 4월16일 데첸으로 향하는 차를 예약하고 하늘이 바뀌기를 바라며 따듯한 차 한 잔으로 추위를 달래며 입김 폴폴 피어나는 밤을 다시 보냈다.


→데첸으로 향하는 길. 하염없이 내리는 눈 때문에 여럿의 교통사고가 있었다

“카와거보 보기는 힘들겠는데.”
4월16일 이른 아침에도 구름은 걷히지 않는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을 보며 직감적으로 날씨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목에 찬 고도계도 계속 고기압 쪽으로 화살표가 움직인다. 운전기사에게 10시까지만 기다려 보자고 사정을 하고 카와거보가 성스런 모습을 보이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한 시간이 흐르자 하늘이 엷어지기 시작하더니 옅은 구름사이로 해가 이글거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하늘이 열렸다. 정말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었다. 4월 들어 두 번째 카와거보가 모습을 보였다며 티베티안들도 좋아한다. 서둘러 사진을 찍었다.

6일 만에 모습을 보인 카와거보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는 에베레스트가 아무리 높아도 성산이라 하지 않습니다.”
“성산은 바라만 보면 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1991년 중∙일 합동대의 카와거보 등반은 신이 영역에 대한 침범입니다.”
샹그릴라(구 종디엔)로 향하는 차 안에서 티베트 운전사의 말대로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자연현상 또는 초자연적 현상이 있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세 개의 큰 협곡을 나누는 큰 강중 하나인 양쯔강이 중국 본토를 향해 큰 턴을 시작했다

“더욱 이상한 건 1991년 중∙일 합동대의 카와거보 원정대가 17명의 사망자를 내고 베이스캠프를 철수한 후, 그 근처의 모든 나무들이 이유 없이 쓰러져 죽었습니다.”
“이건 논리적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카와거보는 성산입니다. 누구도 등반 할 수 없습니다.”
티베트 운전사는 계속 성스러운 카와거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필자는 등반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혼돈스러웠다. 하지만 카와거보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며 아마 카와거보에 신이 있다면 여신(女神)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차는 거침없이 달려 샹그릴라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가 종디엔에서 샹그릴라로 지명을 바꾼 곳이다. 이제 탐사대는 이번 탐사의 마지막 탐사지가 될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시발점이자 대협곡에 위치한 유롱슈에산(玉龍雪山, 5596m)의 탐사를 위해 4월18일 양쯔강의 깊은 협곡으로 단출한 행낭을 메고 나섰다.

글=임성묵(월간 사람과산)
사진=스즈키 히로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