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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업 분야 여성 진출"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장비 운전·용접·배관 등 소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3D)작업에 뛰어들어 남자들 못지 않게 거뜬치 한몫하는 맹렬 여성 근로자들이 늘고있다.
이에 따라 건설 공사장·조선 업체 등 남자들만의 일터로 여겨져 온 산업 현장에서 여성 근로자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이 분야가 남성 근로자들의 3D기피현상으로 심한 인력난을 빚고 있어 여성들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위진데다 일은 다소 힘들어도 임금 수준이 높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양 건설은 지난해말 사내 직업 훈련을 통해 3백62명의 중장비 운전기사를 배출했는데 이중 58명이 여성으로 현재 각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포클레인·지게차·페이로더 등을 조작하는 건설 역군으로 취업중이다. 한양 건설은 그 동안 중장비 운전 분야에서 여성 훈련원생을 모집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배종렬 회장의 특별 지시로 여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한양 건설 군자 2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포클레인을 몰고있는 권영옥양 (27)은『여고 졸업 후 개인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훈련원생 모집 광고를 보고 친구 3명과 함께 지원해 중장비 조작 기능을 익히게 됐다』며『6개월 근무한 지금 연장 근무를 하지 않고도 개인 회사 다닐 때의 두 배인 월80여만원을 받는다』며 흐뭇해했다. 울산 현대 중공업에도 현재 4백70여명의 여성 기능직 근로자가 용접·도장·의장 등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중 약 35명이 사내 기능 자격을 보유한「어엿하게 한 몫하는」일꾼이다.
이 회사 선체 생산부 용접공인 천강미자씨 (52) 는 76년10월 입사한 베테랑으로 처음에는 작업 보조원에 불과했으나 점차 기능을 쌓아 이제는 미선급 협회가 인정하는 그래비티 용접 자격을 갖고 있다. 포항 종합 제철의 경우 91년도 대졸 여성 공채자 50명 가운데 4명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끊는 쇳물」을 다루는 생산 현장에서 근무중이다. 이밖에 대우조선에도 현재 1백20여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절단·용접·도장 등의 분야에서, 자동차 에어컨·콤프레서 등을 취급하는 한나 공조에도 10여명의 여성 근로자들이 남자 근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중공업 분야의 여성 근로자 증가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노동부의 지난해말 현재 여성 자격 취득 등록 현황에 따르면 대표적 중공업 분야인 자동차 정비·용접·배관·프레스·중기 운전 등 5개 직종의 여성 자격 취득자는 89년 한해에는 32명이었으나 90년에는 49명, 91년에는 2백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기 운전의 경우 특히 두드러져 89년 한해에는 7명에 불과했으나 90년에는 27명, 91년에는 1백38명이었다.
한국 산업 인력 관리 공단 산하 36개 공공 직업 훈련원에서 취업 훈련을 받은 여성도 89년 2백98명, 90년 2백91명에서 91년에는 7백89명으로 급증했는데 이중 소위 「남성 직종」 의 훈련 수료생은 5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순문 노동부 직업 안정 국장은 『중공업 분야의 여성 취업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별도 통계를 뽑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며 『최근의 건설 붐 등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데다 사업주 및 여성들의 취업에 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중공업 장비의 첨단화로 조작에 물리적인 힘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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