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긴급 점검 ⑦ 출판·캐릭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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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일 서울 이마트 은평점 완구코너에서 한 아이와 엄마가 국내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DVD 제품을 고르고 있다.김성룡 기자

한.미 FTA 타결이 지적재산권 분야에 끼친 가장 큰 변화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와 캐릭터 업계 등은 저작권료 추가 부담을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한국저작권법학회는 지난해 8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으로 지난 100년간 국내에서 창작.공표된 저작권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어 보호기간 연장의 효과는 90% 이상이 국외로 유출된다. 하지만 그 유출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이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가가 주어진다면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우리 측의 '버리는 카드'라는 말이 진작부터 흘러나왔고, 결국 20년 연장으로 결론이 났다. 타결 이후 문화관광부는 곧바로 출판산업육성방안을 내놓으며 출판계 달래기에 나섰다. 캐릭터 업계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위기냐, 엄살이냐=현재 우리나라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50년이다. 즉 1958년 이전에 사망한 작가의 모든 작품은 공짜로 번역, 출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협정문이 발효되고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2010년부터는 작가의 사후 70년까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1888~1965)과 '에덴의 동쪽''분노의 포도'를 쓴 존 스타인벡(1902~68) 등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이번 합의로 늘어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는 결국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출판 수요가 감소해 출판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작가에게 지급하는 저작권료는 대략 책 정가의 6~7% 수준이며, 국내 출판 서적의 30% 정도가 번역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라 연 200억 정도의 로열티가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를 '지나친 엄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단 소멸된 저작권은 보호기간이 연장되더라도 부활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책값이 더 비싸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법학회는 보호기간이 20년 늘어나면서 추가부담해야 할 출판계의 저작권료를 678억원으로 예상했다.

◆ 캐릭터 산업 "일단 관망"=이번 협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 중 하나가 캐릭터 산업이다. 미키마우스나 푸우 등 미국의 대표적 캐릭터들에 대한 로열티를 20년 더 지불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 캐릭터 라이선싱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4%. 캐릭터 로열티만 매년 전세계에서 26억260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이 이번 협정에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저작권법학회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 캐릭터에 대한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됨으로써 2026년까지 미국이 국내에서 거두게 될 수입은 약 1407억7000만원. 주로 미국에 로열티를 주고 캐릭터를 들여 와 각종 상품을 만들어 팔던 중소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 전반적으론 아직 FTA의 파고를 직접 느끼진 못하고 있다. 저작권 기간이 늘었다고 해서 갑자기 미국산 캐릭터 상품이 싼값에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2005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기 캐릭터 10위 안에 미국산은 미키마우스와 푸우 밖에 들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 캐릭터 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 시장의 4분의 1정도 밖에 안되던 국산 캐릭터의 점유율은 2005년 41%까지 증가했다. '뿌까'와 '선물공룡 디보'의 경우, 각각 영국 제틱스로부터 480만 달러, 미국 골드먼삭스로부터 1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을 정도다. 둘리나라 정진영 기획실장은 "아직까지 업계에선 뚜렷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어차피 자국의 유명 캐릭터 저작권 기간을 늘리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국산 캐릭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김필규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FTA 지식검색 : 저작권 보호기간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는 무한정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그 기간은 나라별로 제각각이었으나, 1948년 브뤼셀에서 베른협약을 개정하면서 '저작자 사후 50년'을 국제적 의무조항으로 규정했다. 이후 1965년 독일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했고, 93년과 98년에는 EU와 미국이 70년으로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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