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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뜨기' 존슨, 호랑이 잡다… 6년 전 갤러리가 그린재킷 주인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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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우승자인 필 미켈슨(左)이 2007년 마스터스 우승자 잭 존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PGA투어 4년차 존슨은 최종일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승,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마스터스로 장식했다. 존슨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지만 나는 아직 촌놈에 불과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오거스타 AP=연합뉴스]

2001년 마스터스 대회. 마스터스를 구경하기 위해 아이오와주에서 조지아주 오거스타까지 온 청년이 필 미켈슨(미국)을 따라다니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마스터스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로부터 4년 뒤 오거스타 내셔널클럽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던 청년의 꿈은 이뤄졌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2007년 마스터스에서 그 청년은 6년 전 갤러리로 따라다니던 미켈슨으로부터 그린 재킷을 넘겨받는 주인공이 됐다.

PGA투어 4년차 잭 존슨(31.미국)의 스토리다. 존슨은 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71회 마스터스에서 4라운드 합계 1오버파 289타로 우승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마지막날 경기를 시작한 존슨은 기름칠한 볼링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른 오거스타 그린에서 무려 6개의 버디(보기 3)를 잡아 내는 신들린 듯한 플레이로 3언더파를 쳐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1월에 아들을 얻은 존슨은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마스터스로 장식하며 우승 상금 130만5000달러(약 12억원)까지 챙겨 겹경사를 맞았다.

인구 4만명인 아이오와시티 출신인 존슨은 2002년까지 PGA 3부 투어에서 뛰던 무명 선수였다. 2003년 2부 투어로 올라와 상금왕을 차지한 존슨은 2004년 꿈에 그리던 PGA투어 입성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해 벨사우스 클래식에서 우승, 능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에는 라이더컵(미국과 유럽 대항전) 미국 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18번 홀을 파로 마친 뒤 그린 옆에서 아들을 안고 기다리던 아내 킴을 꼭 껴안은 존슨은 "내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감격해했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신(神)만이 안다'는 말은 71회 마스터스에서도 맞는 말이었다. 전 세계 골프 마스터(장인)들이 나흘에 걸쳐 유리알 그린을 공략하려 애썼지만 결과는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의 완승이었다. 97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언더파를 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마스터스 역사상 오버파 기록으로 우승한 것은 1954년 샘 스니드와 56년 잭 버크(이상 미국.합계 1오버파)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선두에 1타 차 뒤진 2위로 역전 우승을 노리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지막날 이븐파에 그쳐 합계 3오버파로 로리 사바티니, 레티프 구센(이상 남아공)과 함께 공동 2위에 머물렀다. 단독선두로 우즈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는 3오버파를 쳐 공동 7위(5오버파)로 추락했다.

최경주 27위, 양용은 30위

최경주는 공동 27위(12오버파), 첫 출전한 양용은은 공동 30위(13오버파)로 마쳤다.

최경주는 "컨디션이 무척 좋아 1번 홀부터 공격적으로 나갔는데 퍼트가 좋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 두 명이 출전해 모두 컷을 통과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양용은은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오거스타 코스가 무척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코스였다.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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