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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엔의 종말론적 대재앙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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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빠르게 진행될 경우 금세기 안에 지구상 주요 생물의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섬뜩한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 주말 울린 충격적 경보음이다.

IPCC는 지난 2월 채택한 1차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소비 행태에 심각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인류가 현재처럼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한다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은 1980~99년에 비해 최고 6.4도, 해수면은 59cm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2차 보고서의 메시지는 보다 구체적이고, 더욱 끔찍하다. 2050년까지 평균 기온이 1.5~2.5도 상승하면 동식물의 20~30%가 멸종되고, 2080년까지 3도 이상 상승하면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또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하고, 300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됐다. 3도 이상 상승하면 1500만 명이 홍수 위험에 노출되며, 1억2000만 명이 굶주리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멀지 않은 장래에 인류에 종말론적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다.

재앙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기상이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미룰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국제사회의 긴밀한 공조(共助) 없이는 진화(鎭火)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는 심각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참여키로 한 마당에, 전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배출하는 미국이 소극적 입장을 고집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한국으로서도 지구온난화는 강 건너 불일 수 없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80년께 한반도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림식물의 멸종, 해수면 상승, 식량 부족 등의 심각한 폐해가 예상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