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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홀 505야드가 파 4 ? … 너도나도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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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양용은이 12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양용은은 첫날 3오버파로 96명 중 공동 28위.[오거스타 AP=연합뉴스]

“마스터즈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회인가 봐요. 매끄러운 그린 위에서 누가,얼마 만큼 참느냐가 성적을 좌우할 거 같습니다.”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개막한 마스터즈에서 데뷔전을 마치고 난 뒤다. 첫 날 성적은 3오버파(버디 3,보기 4,더블보기 1개)로 출전 선수 96명 가운데 공동 28위.

양용은은 "첫 출전이라 욕심을 버리고 재미있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경주(나이키골프)도 3오버파로 출발했다. 1라운드 선두는 3언더파를 기록한 저스틴 로즈(영국)와 브렛 웨터릭(미국). 타이거 우즈(미국)는 1오버파 공동 15위, 지난해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은 4오버파 공동 43위에 올랐다. 양용은의 플레이를 통해 오거스타 골프장을 홀별로 분석해 봤다.

◆ 1번 홀(파4.455야드)="Y. E 얭~"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를 마치자마자 힘차게 티샷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가르는 경쾌한 출발. 가볍게 투온에 성공했지만 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짧았다. "그린이 너무 빠르다 보니 소극적으로 퍼트를 했나 봐요." 1m 남은 쉽지 않은 거리였지만 파세이브를 했다.

◆ 2번 홀(파5.575야드)=왼쪽으로 약간 굽은 파 5홀. 아뿔싸,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의 벙커에 빠졌다. 가볍게 쳐내 벙커에서 탈출한 뒤 약 150야드 거리에서 고탄도의 하이샷으로 홀 2.4m 거리에 공을 떨어뜨렸다. 양용은의 마스터스 첫 버디는 그렇게 나왔다. "무조건 높게 띄워 그린에 공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 4번 홀(파3.240야드)=내리막 파 3홀이지만 거리가 만만찮다. 게다가 그린을 넘어가면 숲 속에 공이 빠지고, 짧으면 벙커행이다. 보기 좋게 티샷했지만 공이 그린을 맞고 왼쪽으로 튀어나갔다. "그린 뒤쪽에서 앞쪽으로 경사가 심해 조금이라도 세게 치면 그린 앞쪽으로 공이 흘러내릴 수도 있었거든요. 마치 기름을 칠해 놓은 듯 한 그린이지요. 그런데 그걸 너무 의식하다 보니 칩샷이 너무 짧았어요." 5m 거리의 파퍼트가 빗나가면서 첫 보기.

◆ 10번 홀(파4.495야드)="전반을 이븐파로 마쳤지만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 앞쪽을 맞고 데굴데굴 굴러 내리더니 어프로치샷마저 다시 그린 턱을 맞고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아찔했지요. 그런데 어프로치샷을 할 때 운이 나쁘게도 공 밑에 소나무 가지가 걸려 있었어요. 4온2퍼트로 눈 깜짝할 사이에 더블보기를 했습니다."

◆ 11번 홀(파4.505야드)="맙소사, 이렇게 긴 데도 파 4홀이라니. 게다가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의 페어웨이 폭은 20야드밖에 안 됐어요. 우려한 대로 티샷이 오른쪽 소나무 숲 속에 빠졌는데 레이업 외에는 방법이 없었지요. 3온2퍼트로 보기를 해서 다시 한 타를 까먹었지요. 그렇지만 다른 선수들도 오버파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 13번 홀(파5.510야드)="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데 세 번째 샷을 운 좋게 홀 90㎝에 붙여 버디를 잡았지요. 투온을 노리다가는 자칫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공을 빠뜨릴 수 있겠더라고요. 아멘 코너에서 보기 1, 버디 1개로 맞바꿨으니 괜찮은 결과죠."

◆ 15번 홀(파5.530야드)="그린 앞에 물이 흘렀지만 티샷이 잘 맞아 투온이 가능하겠더라고요. 5번 우드를 잡고 과감하게 샷을 했는데 그린 앞쪽에 공이 간신히 섰지요. 하마터면 그린 앞쪽 둔덕을 맞고 공을 물에 빠뜨릴 뻔했어요."칩샷을 2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 16번 홀(파3.170야드)=티샷이 길었다. 그린 주위에 앉아 있던 갤러리 사이에 빠졌다. "가장 큰 위기였지요. 자칫하면 그린 앞쪽으로 공이 흘러내려 물에 빠질 만한 상황이었거든요."양용은은 침착하게 공을 굴려 홀 10㎝ 거리에 공을 붙였다.

1라운드 후 양용은은 "유리알 그린이라 퍼팅도, 어프로치도 무척 어려웠다"면서도 "아쉽지만 무난한 데뷔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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