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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스 칠한 차 보닛서 퍼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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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누가 오거스타의 유리알 그린을 정복할 것인가. 연습라운드에서 뉴질랜드의 마이클 캠벨이 10번 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맑은 날씨가 계속된 올해는 그린이 더욱 딱딱해져 아예 그린 직접 공략을 포기한 선수까지 나타났다. [오거스타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서 4피트(약 1.2m) 내리막 퍼팅을 하는 것은 찰랑찰랑 넘치는 맥주잔 네 개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골프장 16번 홀(파3)의 '유리알 그린'에서 퍼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빗대어 하는 말이다. 퍼팅한 공이 데굴데굴 굴러 그린 앞쪽의 워터 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 올해는 그린 스피드가 더욱 빨라져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는 왁스를 칠한 자동차 보닛(engine hood) 위에서 퍼팅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선수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연습 라운드를 끝낸 타이거 우즈(미국)조차 "오거스타 그린에 대비해 퍼팅 훈련을 하려면 부엌의 타일 바닥이 제격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즈는 "집 뒷마당에 퍼팅 그린을 만들어 놓고 10년 동안 매일 퍼팅 훈련을 했지만 마스터스 1라운드 때는 퍼팅이 쉽지 않다. 특히 날씨가 화창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양용은(테일러메이드)도 빠른 그린 스피드에 애를 먹었다. 4일(한국시간) 파3 콘테스트에 참가한 그는 잘 맞은 티샷이 그린을 맞고 튀어나가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다. 양용은은 "이제까지 내가 경험해 본 그린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스터스에 다섯 번째로 출전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오거스타의 빠른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컷 샷'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고 밝혔다. 컷 샷이란 롱 아이언을 잡고 공을 깎아쳐 그린 위에 세우는 고난도의 테크닉. 최경주는 "200야드가 넘는 거리에서 3~4번 아이언을 잡고도 그린 위에서 6~7야드 이내에 세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린 공략을 포기하는 선수도 나왔다. 비교적 드라이브샷이 짧은 닉 오헌(호주)은 5번 홀(파4.455야드)과 9번 홀(파4.460야드)에서는 아예 '스리 온, 원 퍼트 작전(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 떨어뜨린 뒤 어프로치샷이나 칩샷으로 홀에 붙인 뒤 파를 노리는 것)'을 세웠다. 오헌은 "2년간 9번 홀에서는 한 번도 세컨드 온을 하지 못했다"며 "그린에 공을 세우기가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신(神)만이 우승자를 안다'는 마스터스가 5일 개막했다. 올 시즌 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다. 올해는 특히 2004년을 끝으로 공식 은퇴한 아널드 파머가 시타를 맡아 시선을 끌었다.

최경주는 6일 새벽 마이크 위어(캐나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함께 1번 홀에서 출발했으며 양용은은 레티프 구센(남아공), 존 롤린스(미국)와, 1997년과 2001.2002년, 2005년에 이어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리는 우즈는 폴 케이시(영국), 애런 배들리(호주)와 함께 티오프했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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