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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진홍의소프트파워

운명에 맞서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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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76년생으로 올해 서른한 살인 오토다케의 삶은 우리의 상식에 반한다. 그는 아예 팔다리가 없다시피 한 선천성 장애우였음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교에 다녔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며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엔 프리랜서 리포터 겸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팔다리가 없는 장애우가 현장을 누비는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는 것이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는 그 상상을 뛰어넘은 일에 도전했고, 결국 해냈다.

오토다케는 자기 삶의 조건을 불평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또 지금 삶이 편하다고 안주하지도 않았다. 그런 오토다케는 어릴 적 꿈이었던 교사가 되기 위해 2005년 4월 메세이(明星)대 통신과정에 다시 입학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도쿄도 내 초등학교에서 교원 실습을 마쳤다. 턱과 어깨 사이에 분필을 끼워 칠판에 글씨를 썼고 컴퓨터에 연결된 프로젝터를 통해 각종 자료를 펼치며 너끈히 수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 후 올 2월, 교원자격시험에도 합격해 초등학교 2종 교사면허를 취득했다. 한마디로 인간 승리였다.

운명에 맞선 오토다케의 도전과 모험, 그리고 눈물겨운 성취 뒤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들의 외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기는커녕 그를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떳떳하게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며 자존감을 깊이 심어준 어머니였다. 그 덕분에 오토다케는 사지가 없는 스스로의 외모를 '초(超)개성적'이라고 여길 만큼 당당할 수 있었다. 심지어 오토다케의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이 자기 아들을 놀릴 때 절대로 대신 나서거나 참견하지 않았다. "장애를 방패 삼아 도망치는 아이로는 절대 키우지 말자"는 다짐에서였다. 오토다케가 살아가려면 스스로 그 놀림과 편견의 벽을 깨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오토다케가 있기까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다. 다름 아닌 초등학교 시절의 다카기 담임선생이다. 그는 철저하다 못해 매정하리만큼 오토다케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했다. 운동도 청소도 남들과 똑같이 시켰고 교실 안에서는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 엉덩이로 기어다니도록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한 것이 오늘의 오토다케가 혼자 힘으로 당당하게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 생존하고 역할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결국 어머니가 오토다케에게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깊은 자존감과 그 어떤 난관도 스스로 돌파해 낼 강인함을 심어줬다면, 다카기 선생은 오토다케가 이 험한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하게 헤치며 살아가도록 근성과 끈기를 키워줬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을 부둥켜안고 살아내는 것은 결국 오토다케의 몫이었다.

오토다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교사면허증을 들고 찍은 사진 밑에 이렇게 썼다. "여기가 종점이 아니라, 여기부터가 시작"이라고. 혹 사지(四肢) 멀쩡한 우리들은 지금 여기를 삶의 종점으로 착각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단 한번이라도 내 운명에 맞서 보았는가?"라고. 나아가 잊지 말자. 삶은 운명에 굴복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굴복시키고 끝까지 밀고 가는 진한 몸부림인 것을!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