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화교류|"민간차원 선행…공감대 형성 해야"|언어·고고학분야등 우선 이질화극복 주력

중앙일보

입력 1991.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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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서명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남북문화교류는 단기적인 선전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개인·단체·정부등 모든 통로가 소리없이 가동되는 전방위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북한체제의 약점을 부각시키거나 명분에 손상을 입히는 민감한 분야는 뒤로 미루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있는 민간차원의 교류부터 선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통일연수원 양영식(정치학)·김경웅(정치사회학)교수가 펴낸 『독일통일을 전후한 문화교류와 한반도 통일문제에의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이 보고서는 양·김 두교수가 남북문화교류를 위한 연구작업의 일환으로 문학부의 의뢰에 따라 3개월동안 동·서독 및 남북한 문화관계 자료를 비교분석한 후 제출한 것이다.
다음은 이 보고서의 요약.
◇통독이전=45년 동·서독 분단이후 양독간의 문화교류는 60년대·중반의 베를린 장벽설치등 정치적 제약요소 발생에 따라 일시적으로 제한·차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러한 민간교류는 주로 음악과 무대공연 예술분야로 연극단·관현악단·오페라단·연예단의 교환방문 및 공연등이 주종을 이뤘다.
이러한 민간교류에 의해 마련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이 체결되면서 문화교류는 도약기를 맞게 된다. 기본조약 체결이후 학자교류, 영화·TV 프로그램교환, 도서관 교류등이 추가됐으며 특히 철자법 공동개정노력에 힘을 쏟아 언어문화 격차의 해소에 큰 진전을 보였다.
82년 청소년 교류협정 체결이후에는 한해 2만3천여명의 청소년이 상호 방문하는 적극적인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서독정부는 방문하는 동독청소년들에게 1인당하루 20마르크(약9천4백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청소년교류 이후 서독 내독관계부가 동독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는 사회주의 독일민주공화국 국민이다」라는 대답보다 「나는 독일민족이다」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아 그 성과를 증명했다.
문화교류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것은 86년 문화협정 체결이후 실시된 TV·라디오·신문등을 통한 언론교류였다.
언론교류는 사실 서독이 동독에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형식이 되기는 했으나 통일달성후 실제로 통일촉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준 것으로 판명됐다.
이밖에 동독의 명승고적을 당은 통일달력발행, 부활절 기간중 어린이들이 매일 초컬릿 한개씩을 모아 교회를 통해 동독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교회·성당간 사랑의 선물 전달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통독이후=동독주민들의 경제적·문화적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 민족사에 빛나는 인물의 활동무대가 동독지역임을 상기시키는 한편 분단으로 인한 생활문화의 차이와 이질감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동방정책의 기수 빌리 브란트전 서독총리는 통일후 동독 6개주가 서독으로 편입될 당시 「괴테와 쉴러의 튀링겐주」로 표현하는등 동독의 자존심을 추켜세웠다.
이와 함께 문화통합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정부기구의 개편이 뒤따랐다.
◇남북한 문화교류의 과제=동서독 상황과 남북한상황의 차이를 감안한 문화교류 정책의 추진원칙과 전략수립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질적인 정부지원하의 개인, 민간단체, 해외동포단체간 또는 제3국 참여하의 우회접촉 교류전략의 단계별 지침이 수립돼야하며 문화분야 교류협력 전담반 상설화가 바람직하다.
특히 북한당국의 민족문화 이질화정책의 전개과정과 변화를 진단하고 북한주민의 생활문화면의 이질화현상을 심층분석해 통일 때 예상되는 문제점을 종합 도출할 필요가 있다. 또 주체사상 중심의 이념문화에 대한 문화적 전이양상을 유형별로 연구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와 병행해 어학, 고고학, 과학등 민족문화 보존분야를 우선적 교류협력 대상으로 실정, 민간교류협력을 적극 장려하는 등 단기적 프로그램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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