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양화 원류 찾아 중국 전역 누벼|사진·스케치 곁들여 책 3권낸 재미화가 최일단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남다른 인생 경험을 가진 재미화가 최일단씨(55)가 중국 전역을 누비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5천여장의 원고, 2천여장의 사진, 3백여점의 스케치를 곁들여 『정』『중』『동』이란 3권의 책자로 펴냈다.
지난 86년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50세의 나이로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대학원 산수화과에 유학한 그는 공부를 끝낸 후 배낭을 지고 혼자 2년반 동안 7차례에 걸쳐 중국전역을 떠돌았다.
경기여고·서울대 조각과를 졸업한 후 작품 활동을 해온 그가 방대한 분량의 「쓰는 작업」에도 솜씨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75년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 이민 길에 나선 후 가슴에 쌓이는 외로움과 갈등을 틈틈이 글로 풀어냈기 때문.
남편과 함께 차로 소매상에 상품을 배달하고 판매해야 했던 그는 좁은 차안에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글을 적는 일이 훨씬 쉬웠다고 했다.
『동양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 그 원류라 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해 특히 알고 싶었다』는 그는 책을 내기 위해 수많은 서적을 탐독, 「중국 전문가」로 불릴 정도의 해박한 지식도 갖추게 됐다.
이번에 낸 『정』에서는 중국유학을 전후한 일상적인 삶의 편린들과 티베트 풍물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중』에서는 중국 대가들의 작품을 흠모하면서 겪은 갈등과 새로운 발견에서 오는 환희, 계림 산수와 장강을 거슬러 올라간 귀주의 생경한 풍물을, 『동』에서는 중국문화예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석굴문화, 즉 돈황 막고굴, 맥적산 석굴과 고구려 집안 유적지문화 등을 소상히 담고 있다. 이곳에 실린 2천여장의 사진은 그가 직접 찍은 3만장 중에서 고른 것.
대학 재학 때인 58년 국전 조각부문에서 특선한 그는 10여년의 고교교사를 마감한 후 군 납품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68년 베트남으로 이주해 3년을 살았다.
다시 미국이주를 위해 떠나는 길목에 잠시 프랑스에 들렀던 그는 당시 이응노 화백을 만나 그대로 눌러앉아 3년여 동안 이 화백을 사사하기도 했다.
75년 이후 3남매와 뉴욕 맨해턴에서 살면서 남편 일을 거드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 네 차례의 개인전도 가진바 있는 그는 지난해 남편과 사별, 『이제부터 여자로서가 아니라 화가 최일단으로 새롭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