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장 순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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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 아우구스투스 광장(동독 시절엔 '칼 마르크스 광장'으로 불렸다)은 방송국.우체국.호텔.대학 등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비즈니스.레저 센터다. 1981년 문을 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광장을 사이에 두고 라이프치히 오퍼(1960년 개관)와 마주보고 있다.

베를린.드레스덴.뮌헨.빈.파리 등 궁정 도시와는 달리 대학.상업 도시로 출발한 라이프치히는 공개 연주회 전통이 일찍부터 시작됐다. 1781년 라이프치히 양복조합 소속 상인들이 300년 된 무기고를 사들여 1층은 직물 전시장, 2층은 500석짜리 콘서트홀로 꾸몄다. 건물에는 도서관, 회의실, 무도회장, 식당까지 갖췄다. 여기서 16명의 악사를 고용해 첫 공연을 한 것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시작이다. 16인조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섰지만 음악회의 제목만큼은 'Grossen Concerts'라고 거창하게 붙였다. 게반트하우스란 '양복조합 회관'이라는 뜻이다. 양복 조합원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무도회도 열던 곳이다.

당시 1층 객석은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 객석이 마주 보도록 의자를 배치하고 천장 바로 아래 2층 발코니석을 둔 것이 특징이다. 영국 국회 의사당의 의자 배치를 떠올리면 된다. 당시 연주회 모습을 담은 그림을 보면 남자들은 맨 뒷줄(정확하게 말하자면 맨 왼쪽 또는 오른쪽 줄)에 서다시피하고 여자들은 의자에 앉았다. 음악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 1823년, 1831년, 1842년, 1872년 네 차례 걸쳐 개.보수 공사를 거쳐 1000석으로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반트하우스는 '양복조합 회관'이라는 뜻

1884년 베토벤 거리에 개관한'새 게반트하우스'(Neues Gewandhaus. 1700석)는 음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다.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보스턴 심포니홀이 모델로 삼을 정도였다. 정면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있었다. 노이에 게반트하우스는 길이 42.5m, 너비 18.7m, 높이 15m (빈 무직페어라인은 길이 48.8m, 너비 19.1m, 높이 17.75m,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는 길이 42.5m, 너비 29m, 높이 17.5m, 보스턴 심포니홀은 길이 50m, 너비 23m, 높이 18m다).

콘서트홀 무대 뒷쪽에 가로로 실내악 홀을 배치했다. 실내악 홀(517석)은 알테 게반트하우스보다 규모가 조금 컸다.

노이에 게반트하우스 정면 앞 광장에는 1835~1847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카펠마이스터를 지낸 펠릭스 멘델스존의 동상이 서 있었다. 하지만 1943년 12월 3,4일에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었고 조금 남아있던 건물 벽체도 1944년 2월 20일 공습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영화관'캐피톨'이나 동물원 내 컨벤션 홀에서 공연해왔다. 홀을 재건하려는 노력은 무산되고 1968년 3월 29일 마침내 남아있던 건물도 해체됐다. 그후 건물 부지는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에 대학 건물이 들어섰다.

현재의'세번째' 게반트하우스는 1977년 1월 20일에 착공해 1981년에 문을 열었다(순서대로 나열하면 맨 먼저 있었던 게반트하우스는 Altes Gewandhaus, 두번째는 Neues Gewandhaus, 지금의 건물은 그냥 Gewandhaus라고 부른다). 개관 기념공연에서 쿠르트 마주어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지그프리트 틸레(Siegfried Thiele)의 오라토리오'태양에 바치는 노래'(초연)와 베토벤의'합창 교향곡'을 연주했다. 프로그램 넘기는 소리, 기침 소리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음향 조건이 만들어내는 정숙한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은 한 관객은 연주 도중 구두를 벗어들고 출구로 뛰쳐나갔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가 루돌프 스코다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쿠르트 마주어의 조언을 많이 참고했다. 객석 배치는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 영향을 받아 포도밭(또는 아레나) 스타일로 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건립을 위해 동독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동분서주했던 마주어가 남긴 말은 유명하다. "전세계에 (음향이) 나쁜 콘서트홀은 충분히 많이 있다."

원래 아우구스투스 광장(당시는 칼 마르크스 광장)은 미술관(Museum der Bildenden Kunste)이 있던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콘서트홀 곳곳에는 벽화와 그림, 동상이 즐비하다. 미술관에 와있는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콘서트홀 로비에는 라이프치히 출신의 화가 지카르트 길레(Sighard Gille)가 그린 높이 31.8m, 면적 712㎡짜리 유럽 최대 규모의 천장 벽화'삶의 노래'가 축제적 분위기를 돋운다. 이 벽화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어둠의 힘''도시의 노래''행복의 노래'등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로비 복도에는 울리히 하쿨라 '살로메', 빌리 지테 '록 가수' , 프랑크 루디카이트'음악과 시대' 등 예술과 음악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게반트하우스 개관에 맞춰 위촉된 그림들이다. 창문으로 아우구스투스 광장과 라이프치히 오퍼가 내다보이는 로비에는 에른스트 발라크(Ernst Barlach)의 조각'노래하는 사람'이 놓여 있다.

로비엔 유럽 최대 규모의 천장 벽화'삶의 노래'

무대 정면에는 독일 포츠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슈케사가 제작한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를 잡고 있다. 파이프 6638개짜리 파이프 오르간에는 세네카의 글에서 따온 LGO의 모토가 라틴어로 아로새겨져 있다. 'RES SEVERA VERUM GAUDIUM'(진정한 즐거움은 중대한 일이다). 이 표어는 1781년부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써오던 문구다. 알테 게반트하우스에서는 무대 정면에, 노이에 게반트하우스에서는 건물 정면에 큼지막한 글씨로 새겨 놓았었다. 180㎡ 규모의 무대 바닥은 20개의 조각으로 분할되어 최고 1m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콘서트홀 로비에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의 흉상이 있다. 중간 휴식시간이 끝나면 로비에는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c단조'에서 테마를 따온 팡파르가 시그널로 울려 퍼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1시간짜리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가 열린다.

멘델스존 홀(498석)에는 실내악, 합창 공연은 물론 시낭송회, 심포지엄, 설명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린다. 로비 2층 벽면에는 1985년 바흐 탄생 300주년을 맞아 프랑크 루딕카이트(Franck Ruddigkeit)의 벽화'음악과 시간'이 그려졌다. '음악의 시작''중세와 초기 부르주아 시대의 음악''고전주의 시대와 부르주아''우리 시대와 미래의 음악'등 4개의 테마로 되어 있다. 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흐, 멘델스존, 아이슬러,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이 떠오른다.

멘델스존홀에서는 실내악 공연 외에도 컨벤션, 국제회의가 열린다. 멘델스존 홀 로비에 있던 막스 클링거(1857-1929)의 베토벤 상은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파괴되기 전에 있었던 인근 현대미술관으로 옮겼고 대신 광장에 있던 멘델스존 동상을 모셔왔다.

게반트하우스의 상주 교향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펠릭스 멘델스존, 아르투르 니키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브루노 발터, 바클라프 노이만, 쿠르트 마주어, 허버트 블롬슈테트 등이 카펠마이스터(Kapellmeister)로 거쳐갔다. 현재는 리카르도 샤이가 맡고 있다. 카펠마이스터는 음악감독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과 의무를 지닌다. 라이프치히 오페라 음악감독을 겸하는 것은 물론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까지 거느리는 라이프치히의'음악장관'이다. 250명이 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복잡한 순환 근무 시스템에 따라 라이프치히 오페라,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 반주까지 맡는다.

◆공식 명칭: Gewandhaus zu Leipzig

◆홈페이지: www.gewandhaus.de

◆개관: 1981년 10월 8일

◆객석수: Grossersaal 1905석(합창석 300석 포함), Mendelssohnsaal 493석

◆부대시설: 아르투르 니키시 룸(VIP 라운지), 레스토랑 Stadtpfeiffer (52석)

◆건축가: 루돌프 스코다 외 3명

◆음향 컨설팅: 볼프강 파졸트 외 3명

◆파이프 오르간: 슈케(파이프 6638개)

◆상주 단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게반트하우스 4중주단, 게반트하우스 합창단, 게반트하우스 목관 5중주단, 게반트하우스 소년 합창단, 게반트하우스 8중주단

◆세계 초연: 베토벤'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1808년)'피아노 협주곡 제5번'(1811년), 슈베르트'교향곡 C장조 그레이트'(1839년), 멘델스존'교향곡 제3번'(1842년)'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1845년), 슈만'교향곡 제1번'(1841년)'교향곡 제2번'(1846년)'교향곡 제4번'(1841년), 바그너'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1862년), 브람스'독일 레퀴엠'(1869년) '바이올린 협주곡'(1879년), 브루크너'교향곡 제7번'(1884년), 레거'바이올린 협주곡 A장조'(1908년)'피아노 협주곡 f단조'(1910년), 드보르작'첼로 협주곡 A장조'(1929년), 슈니트케'교향곡 제3번'(1981년)

◆주소: Augustplatz 8, Leipzig

◆전화: +49-(0)3-41-12 700

◆매점: 03-41-1270-396 (www.gewandhausshop.de) 오전 10시-오후 6시(일요일은 오후 2시까지)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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